2008년 세계금융위기가 진정되어가면서 금통위는 2010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를 5차례 올리면서 물가오름세를 계속 강조하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번지며 소비재 시장이 흔들렸다.
당시 청정지역 점봉산에서 캐왔다는 산나물 음식 가성비가 가뜩이나 낮았었는데, 가격표를 20% 이상 올려붙인 주인은 웃음을 머금었다. 손님이 줄어들면서 음식 회전이 되지 않아 그런지 몰라도, 가격과 반비례하여 나물맛 선도가 떨어졌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욕심 많은 주인을 들뜨게 하다가 넘어트린 셈이었다.
최근 발표된 2022년 5월 기대인플레이션 율이 약 10년만의 최고치인 3.3%를 기록했다. 정부의 재정완화와 상충되게 금통위는 부동산시장을 억제하기 위하여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그 명분으로 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을 계속 덧붙였다. 신임 금통위 의장도 취임에 앞서 "물가상승이 앞으로 1~2년은 계속될 것이라며 지금은 선제적으로 금리인상 신호를 주는 게 맞다"고 하였다. 수년간 방만한 재정운용에 따른 재정적자, 유동성 확대 후유증이 커가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물가가 오를 것이라고 자주 강조하면, 정보의 양과 판단에서 뒤지는 대중은 그 말을 믿지 않을 수 없다. 부지불식간에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자라나기 마련이다.
물가불안 심리는 총수요와 총공급 양방향으로 물가 압력을 미친다. 가계는 현금이나 저축의 실질가치 하락을 우려하여 소비를 앞당기거나 실물자산을 선호하여 총수요를 증가시킨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강할수록 임금과 물가가 번갈아 오르는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wage price spiral)을 초래한다. 임금인상과 동시에 비용부담이 커진 기업은 제품가격을 인상하고 신규채용을 최소화하면서 실업률은 높아진다. 경제적 동물이라면 물가상승 즉 화폐가치가 타락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반사이익을 얻으려 두리번거리기에 채권시장, 주식지장, 외환시장이 혼돈에 빠지기 쉽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 가면 현재 뿐만 아니라 미래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미래지향 경제활동을 어렵게 하여 불확실성을 잉태시킨다.
코로나19 진정(?)에 따른 일시적 수요증가 현상이 나타났지만 대내외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오래가기 어려운 국면이다. 다시 말해, 인플레이션이 수요견인이 아니라 과잉유동성과 공급부족에서 비롯되었는데 경쟁적 금리인상이 과연 옳은 처방일지 우려된다. 시야를 멀리하지 않다가는 성장동력 추락 같은 회복하기 어려운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한국경제가 최우선 정책목표로 꼽아야할 물가안정은 먼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진정시키려는 의지가 선행되어야 한다. 정부씀씀이를 줄여 화폐가지 안정에 힘을 기우리려면 공공부문부터 긴축 의지를 천명하여야 하는데, 작금의 현실을 볼 때 그와 정반대 방향으로 갈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불가피한 소상공인 긴급지원은 다른 분야 예산을 최대한 절약하고 잔여분을 전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다. 관계자들은 물가가 불안하다는 발언을 가능한 억제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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