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글로벌 경제나 한국 경제 상황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용어가 '인플레이션'이라는 말이다. 간단하게 말하면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뜻이다. 세계 증시가 폭락해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아도 코스피·코스닥 시장이 추락해도 기름값이 상승해도 음식값이 올라도 모든 원인은 '인플레이션'이라고 진단한다.
과거에도 인플레이션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지금의 세계적 인플레이션 현상이 장기적으로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심각하다. 당장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무려 전년 동월 대비 8.3%다. 5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지수도 작년 같은 기간 대비 8.1% 뛰어올랐다. 이는 관련 통계를 시작한 1997년 이래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이다. 독일도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8년만에 최고치인 전년 동월 대비 7.9%가 올랐다. 프랑스 역시 5월 물가 상승률이 1985년 이후 최고인 전년 동월 대비 5.8%를 기록했다. 중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6개월만에 최고치인 전년 동월 대비 2.1%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쓰나미는 현재 전 세계를 휘몰아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4.8%로 13년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 같은 달에 비해서 모든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5% 가까이 올랐다는 뜻이다. 그런데 4.8%는 실제 사람들이 느끼는 주머니 사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사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체감물가와는 거리가 있다. 458개 품목의 평균을 낸 것이기 때문이다. 실생활과 밀접한 품목인 농축수산물 수입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32.7% 상승했다. 농산물 중에서는 생커피콩(76.4%), 멥쌀(62.2%), 제분용 밀(52.6%) 등의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제분용 밀 가격이 오르면서 밀가루, 국수, 라면 등 밀을 재료로 하는 가공식품 가격도 상승했다. 휘발유, 경유, 등유는 각각 전년 대비 28.5%, 42.4%, 55.4% 올랐다.
물가가 높아진 원인을 꼭 집어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여러 대내외적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가장 큰 요인은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세계 각국이 경기 부양을 위해 시장에 어마어마한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시장에 풀려나간 과잉 유동성은 세계경제가 코로나19 충격을 이겨내는 데 도움을 주긴 했지만 결국 각국의 주식, 부동산, 암호화폐 등 온갖 자산의 가격에 거품이 끼게 했고, 물가도 밀어 올렸다. 올 들어 산불처럼 번져가는 인플레이션은 기본적으로 수년간 너무 많은 돈이 전 세계로 풀려나갔기 때문에 초래된 현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코로나로 인한 중국의 봉쇄 장기화 등 공급 이슈도 인플레이션을 부추긴 요인이다.
인플레이션을 잡는 방법은 근본적으로 돈을 회수하는 것 뿐이다. 그래서 미국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가 '빅스텝' 등을 언급하며 6~7차례 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나라 한국은행도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연 1.75%로 결정했다. 기준금리는 최근 9개월사이 1.25%포인트나 높아졌다.
하지만 물가 잡으려고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벌써부터 서민층 고통이 뒤따르고 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대 규모인 1862조원에 달한다. 빚 내서 산 부동산, 주식, 코인 같은 자산 가격은 떨어지고 있지만 갚아야 할 이자는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가잡기와 저금리'는 공존하기 쉽지 않다. 두 과제 앞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찾아내는게 윤석열 정부의 역할이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