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의 경매 낙찰율이 1~2년전에 비해 불과 절반 수준이다. 감정평가를 거쳐 정해진 최저매각금액으로는 응찰자를 찾지 못해, 가격을 20~30% 낮추어 다시 입찰하는 경우가 대폭 늘었다는 뜻이다.
이유는 무엇일까. 감정평가액은 시장가격에 비해 자연스레 한박자 늦게 마련이다. 즉, 집값이 급상승하는 상황에서는 매일매일의 신고가가 감정평가에 반영될 틈이 없어서, 시장가격에 비해 저렴한 최저입찰가가 정해지고 낙찰가는 치솟는다.
반대로 집값이 내려가는 시기에는 역시 하락장이 미처 반영되지 못해서 이를 비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찰이 늘어난다. 경매시장은 가격동향에 민감한 사실상의 전문가들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즉, 지금의 아파트 시장은 하락장이거나 적어도 폭등하는 시기는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법원 경매 전문기업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율은 30%대이고,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낙찰금액 비율)은 10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뿐 아니라 인천 등 경기도 일대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지금은 고금리 시대다. 기준금리의 인상에 따라 주택 담보대출의 금리도 연내 7%까지 가시권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적용되는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규제의 영향으로 자금조달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되었다. 즉, 소득 규모에 따라 대출금액이 제한되는 상황에 금리까지 높아지면서 소위 '영끌족' 들에게는 안된 이야기지만 알짜배기 경매물건이 늘어날 수 있다. 기존 대출 금리도 신규대출도 어려워진 데다가 보유세까지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
짧은 기간 동안 규제가 늘어난 시장 상황에서 부동산 경매는 좋은 투자 방법이 될 수 있다.
우선 경매를 통해 낙찰받은 물건은 토지거래허가구역 내의 물건이더라도 실거주 의무가 없다. 현재 서울시에서는 강남 서초는 물론이고 주요 재건축 단지, 종로, 용산 등 주택 재개발, 공공 재개발 후보지 등 다수지역의 투기적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놓았다.
가령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은 일정 기간 실거주를 해야 하며, 이를 어기면 처벌이 무겁고 무엇보다 거래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는데 경매, 공매는 낙찰시 실거주 의무가 없는 것이 큰 매력이다.
또한 경매는 낙찰된 물건에 대해 자금조달 계획서 등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즉 입찰자가 반드시 법을 위반하지는 않더라도 여러 규제로 인해 투자 유동성 등이 방해받을 우려를 덜 수 있다.
또한 경매물건은 감정평가시 명확한 개발 단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개발프리미엄을 감정가에 반영하는데 소극적이다.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에서는 개발프리미엄을 우려하여 부동산을 규제하는데, 법원에서는 그 개발 프리미엄을 최소화하여 저렴하게 매각하는 것이 다소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경매는 채무자의 채권 불이행에 대한 일종의 징벌로도 볼 수 있으며, 그로 인한 채권자들의 손해를 원활히 변제하도록 하여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한 일종의 장치인 것이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득을 낙찰자가 누리는 것은 법이 허락한 엄연한 투자이다.
시장의 등락은 늘 있는 일이다. 지금의 부동산시장은 일단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경매시장의 낙찰율도 낙찰가율도 떨어지고 있는 지금 상황을 사람들은 '경매 불황'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경매 불황'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쪽은 투자자인 일반 국민들일까? 경매를 통해 배당을 받아야 하는 채권자일까? 아니면 권리청산 후 혹시 남은 금액이라도 돌려받을지 모를 채무자일까?
적어도 일반 투자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하락장일 때 경매를 통해 장기적인 이득을 보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다면 지금은 경매 불황인가 호황인가? 분명한 것은 누군가에게 절망적인 상황이 부지런히 움직이는 다른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것이 시장경제의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점이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컨설턴트 대표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