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관의 청문회와 취임식에 '신언서판'이란 단어가 등장했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글자 그대로 용모 언변 문필 판단력 등의 인재 등용 기준을 의미한다. 당나라 태종이 관리를 등용할 때 과거에 급제한 인물들 중에서 선정기준으로 삼았다는 네 가지 표준이다. 무조건 떨어뜨리겠다고 벼르고 있는 야당 의원들의 질문 공세에 또박 또박 팩트를 짚어 답변을 하는 태도도 전문가다운데 장관으로 지명되기 이전부터도 실력까지 겸비했다. 그 평가가 사자성어 그대로 신언서판에 딱 들어맞는 인재임을 각인시킨 것이다.
이러한 청문회의 내용은 삽시간에 회자가 되었고 급기야는 그의 취임식마저 인기 영상이 된 것이다. 사실 공무원인 장관의 취임식은 우리 일반인들에게는 뉴스 한 줄 보고 말 일이었던 것인데 졸지에 인기 프로그램 보듯 팬덤 현상이 되었다. 반면 한 때 신언서판에 비견되던 신선한 정치 입문자들이 당적을 이동한 경우의 S의원과 선거일 직전에 다른 당의 후보쪽으로 지지를 바꿨던 K의원이나 후보 단일화를 한 J의원 역시 민심 이동을 겪어야 했다.
외모나 풍채가 풍성하며 훌륭하고 말투는 분명하고 조리 있어야 한다는 것에 더하여 글씨는 인격의 대변이라 보았기에 글씨체가 굳고 아름다우며 뛰어난 판단력을 나타낼 수 있으면 이런 인재는 가히 뽑아 쓸 만하다는 당태종의 인재 선정기준인 신언서판은 과거의 기준일 수 있다. 그러나 당태종은 당대의 가치관에 맞는 선별 기준이 있었기에 정관의 치를 이룸에 초석이 되지 않았을까. 신언서판을 소환해 낸 그 신임장관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훌륭한 임무 수행만이 보답인 셈이다. 명리학에서 정관(正官)정인(正印)에 문창성까지 있게 되면 일단은 고급 관료에의 꿈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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