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윤석열 라인'으로 알려진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부장검사가 취임했다. 전문적인 금융감독 및 소비자 보호기구인 금감원장에 검찰 출신 원장이 취임하는 건 1999년 금감원 설립 이후 처음이다. 어떻게 검사가 금융감독을…. 시장에서는 깜짝 놀란 듯 했다. 그런데 자본시장 관계자들은 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정권에서 저지른 사모펀드 관련, 초법적인 조치에 황당해 하고 억울해 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이를 의식했는지 모르지만 이 원장은 취임 다음 날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차원에서는 이미 종결됐지만 시스템을 통해 다시 볼 여지가 있는지 점검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자 금감원은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의 환매 연기 사태 발생과 관련해 검사와 제재를 종료했다는 입장이어서 자체적으로 별도의 전면 재조사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한발짝 물러났다. 그렇지만 일각에서는 라임, 옵티머스, 디스커버리 펀드 관련 재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법치주의란 통치자가 법을 준수하다는 뜻이다. 박근혜 정권이 촛불에 무너진 것은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아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정권의 윤석헌 금감원장 재임기간 동안 윤 원장과 윤 원장에 '부화뇌동'한 임직원들은 법과 원칙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해 마음대로 칼을 휘둘렀다는 지적을 받기 충분하다. 자본시장의 기본과 원칙, 공정과 정의의 기준은 무시됐다.
사모펀드 사태의 원인은 명백하다. 부실 운용과 사기 운용이다. 운용의 책임은 자산운용사와 그들을 대상으로 총수익스와프(TRS) 거래를 한 증권사다. 그들을 감독할 금감원은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판매사가 펀드의 운용 내역을 보지 못하게 막은 금융위원회도 어깨가 무거울 것이다.
그런데, 펀드사태의 중대 책임은 판매사로 전가되었다. 부실 사기 운용된 자산의 행방을 밝혀줄 남부지검의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그동안 해체됐다. 다행히 해체됐던 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이 윤석열 정권에서 다시 살아났지만 그 공백 기간이 만만치 않다. 사라진 펀드자산을 가교운용사를 만들어 회수한다지만 지금 상황으로는 난망이다.
진짜 어이없는 일은 부실 운용에 따른 손실을 물어주는 판매사는 금감원 조사 대상에서 면제되었다. 먼저 돈으로 입막음을 하면 봐주겠다는 거다. 그야 말로 감독 당국이 배임을 유도한 것이다.
배임의 이슈가 크다 보니 법과 절차에 따라 처리한 금융사, 즉 먼저 물어주지 않은 판매사에는 온갖 압박이 가해졌다. 수주간 검사를 나가서 최고경영진에게 '효율적인 내부통제기준마련 의무'를 이행하지 못했다는 기상천외한 죄목을 들이댔다. 펀드판매와 리스크, 준법감시 관련 여러 금융회사 임직원 상당수를 시장에서 퇴출을 유도했다. 거의 모든 판매사에 대한 징계가 비슷했다. 금감원이 자의적으로 만든 잣대를 들이 댄 것이다.
윤석헌 원장 재임 3년 내내 금감원 앞에는 시위하지 않은 날이 없을 정도다. 금감원 조치가 시위대 목소리 크기에 따라 가중되니, 갈수록 스피커 소리가 커질 수 밖에. '헌법 위에 떼법'이란 말이 회자될 정도다.
이것이 문재인 정권 금감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본질을 외면하고 정책과 법을 집행하기 위한 절차적 정당성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복현 원장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자못 크다. 잘못된 과거를 그대로 두면 관례가 된다. 잘못 처리된 것들을 하나 하나 꺼내 다시 들여다 봐야 한다. 금융 후진국으로 추락한 자본시장에 대한 기본과 원칙을 다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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