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계 "국제선 이용승객 늘고 있지만 고환율에 수요 둔화 걱정"
LCC는 항공기 리스비까지 고환율 '겹부담'… 흑자 전환 시기 늦춰질 가능성↑
국제선 정상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항공업계에 원·달러 환율이 찬물을 끼얹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1300원대' 고환율을 마주한 상태에서 대형항공사(FSC)보다 저비용항공사(LCC)들이 더 엄혹한 환경에 처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1월부터 1200원대를 돌파하더니 지난 23일 13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장중 1300원을 넘은 것은 12년 11개월만이다. 항공업계는 여행 성수기를 목전에 두고 있어 업황회복을 예상했지만, 높은 원·달러 환율에 시름은 깊어져만 가고 뾰족한 해법은 없는 실정이다.
항공업계에 환율 상승은 암초다. 항공사가 구매하는 항공유는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환율이 높으면 항공유 구매 비용이 올라가게 된다. 여기에 고유가 흐름까지 겹쳐 작년 6월보다 128.9% 상승해 지난 17일 기준 배럴당 177.08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한 달 전과 비교할 때보다도 20.8% 오른 수치로 하락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환율이 오르는 중에도 항공유 구매량은 국제선 증편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항공유 소비량은 올해 1월 220만8000배럴에서 2월 183만9000배럴, 3월 185만6000배럴, 4월 150만배럴로 줄었다가 지난달 상승 전환 추세에 올랐다.
유류할증료가 동반 상승하더라도 항공사 영업비용 중 유류비 지출은 30~40%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비용지출이 큰 항목이다. LCC들의 항공유 구매비도 급격히 상승했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1분기 113억원에서 올해 1분기 23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진에어는 138억원에서 235억원으로, 티웨이항공은 101억원에서 199억원으로 증가했다.
한 FSC 관계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고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항공유로 지출하는 영업비용이 크다 보니 부담도 함께 커지는 구조"라면서도 "국제선 증편 속도에 맞춰 항공유를 사들일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더군다나 환율이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할 수 없어 항공사들이 하반기 계획을 세워도 불안정한 마음을 떨쳐버리긴 힘든 환경이 지속하고 있다.
LCC에게 환율상승은 더 큰 악재다. LCC는 직접 보유한 항공기 비율보다 항공기 리스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훨씬 많아 지출 규모가 크게 커지기 때문이다. LCC마다 부채 규모는 차이가 있겠지만 순외화부채가 증가하는 상황은 마찬가지다.
실례로 순외화부채가 약 41억달러(약 5조3천억원)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0원 변동 시 약 41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생긴다. 환율이 1300원으로 오르면 장부상 4천1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하는 형국이다.
LCC들은 공격적인 국제선 프로모션에 나서며 오는 여름 성수기에 영업이익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LCC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올해 2분기와 3분기에 실적을 얼마나 올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며 "항공산업의 계절적인 4분기로 들어서면 이익을 도모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항공업계의 적자 폭은 차츰 줄어들고 있지만, 흑자전환 시기가 고환율 탓에 전체적으로 후퇴할 수 있다는 예측이 줄을 잇고 있다.
환율은 치솟고 있지만 항공기 이용 승객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19일까지 인천공항의 이용객 수는 76만2895명으로 일평균 이용객은 4만152명으로, 지난달 일평균 3만314명과 비교해 1만 명가량이 증가하며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다만 항공업계는 고환율의 영향이 국제선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수요 둔화로 직결될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으로 규제도 많이 풀리고 여행 수요도 증가했는데 성수기 수익마저 환율에 발목을 잡힐까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쉬었다.
LCC 관계자는 "항공사마다 부채 현황은 다르겠지만 고환율에 장사가 없는 업계 특성상 환율상승 추세 꺾이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