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국민 고통과 '관치금융'

이정희 대기자.

한동안 잠잠했다가 요즘 다시 회자되고 있는 '관치금융'이란 말이 있다. '관치 금융'은 국어 사전에서 국가의 행정 기관이 민간 금융의 인사나 자금 운용에 직접 개입하는 일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성장을 거듭하면서 정부가 금리 결정, 대출 배분, 예산과 인사 등 금융의 모든 역할에 깊숙이 개입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아직도 이런 기조는 남아 있다.

 

'관치금융'하면 이명박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김석동 전 위원장을 떠올리게 한다. 2003년 신용카드사의 유동성 위기가 불거지자 정부는 카드사들에 대한 은행들의 자금 지원을 강제하는 '4.3 대책'을 내놨다. 당시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이던 김 전 위원장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 은행장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곤 노란 봉투를 하나씩 돌렸다. 봉투엔 카드사 부실을 막기 위해 은행별로 책임져야 할 금액이 적혀 있었다. 반발하는 은행장에겐 "당신 때문에 나라 망하면 책임질 거냐"며 몰아붙였다. 당시 한국경제신문 모 기자가 '관치 금융'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전 위원장은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말로 스스로 '관치의 화신'임을 자임했다. 좀체 가닥이 안 잡혔던 카드 사태는 일주일 만에 해결됐다.

 

은행 대출 금리가 유례없는 인플레이션과 전 세계적인 긴축 영향으로 연 6%대를 넘어서고 있다. 기준금리가 모든 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제로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고 연 6%를 넘는 고금리 시대를 맞아 자산은 증발하고, 휘청거리고, 하향조정의 내리막 길을 타고 있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자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한 목소리로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경고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금리 상승 시기에 금융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함께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같은 날 17개 은행장들과 회동에서 "금리 상승기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어, 은행들의 지나친 이익 추구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6월 중순까지만 해도 7%를 웃돌던 은행들의 대출금리는 6%대 중반대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져 나왔다. 자연스럽게 결정될 금리가 정부의 압력으로 조정되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은행권 일각에서는 최근 가계와 중소기업 부실이 커지는 마당에 은행마저 수익이 줄어들면 경기 침체기에 '방파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며 지나친 포퓰리즘이라고 불편해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도 '관치금융'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하고 나섰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최근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하고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시장경제의 본질을 건드리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의원도 29일 정부·여당이 은행권에 대출 금리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도를 넘는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관치금융'이 좋은 것은 아니다. 안 할 수 있다면 안 하는 게 옳다. 김석동 전 위원장 자신도 "관치는 평소, 정상시에는 필요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며 "시스템이 붕괴할 위기 때만 관치가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의 자율 기능이 무너졌을 때에는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맥락이다. 과도한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국민들이 고통을 받는데 정부가 손 놓고 있는 것보다 '관치'라는 비판을 듣는 것이 더 낫다는 얘기일 것이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