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식품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식품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자재값 압박에 가격 인상을 단행해야 할 지, 수익성 악화를 감내하더라도 소비자 가격을 동결해야 할 지 기로에 놓인 것.
식품업계는 각종 원부자재 가격이 급등해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국제곡물관측 7월호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식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184.8로 2분기보다 13.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료용 곡물 수입단가지수는 2분기 대비 12.5% 오른 178.4%로 추산됐다.
수입 곡물가격 상승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곡물 가격이 높았던 시기(3∼5월)에 구입한 물량이 3분기에 도입되고 원-달러 환율 상승 영향 탓으로 풀이된다.
국제 선물가격이 한국 시장에 반영되기까지는 통상 4~6개월 시차가 있다. 기업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3~6개월 가량 비축할 물량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는 지난해 말부터 구입한 원자재를 쓴 덕분에 곡물 가격 급등 타격이 작었지만, 올 하반기는 상황이 다르다. 국제 선물시장에서 지난 3~5월 구입한 원자재 가격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가공식품 가격 또한 오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9년째 주요 제품 가격을 동결해온 제과기업 오리온마저 가격 인상을 놓고 고민중이다. 오리온은 그동안 제품 가격은 유지한 채 포장재 줄이기, 글로벌 통합구매 등으로 수익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각종 제반 비용이 일제히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실제로 물류비가 크게 뛰었고, 원-달러 상승 탓에 수입산 원재료 구매가격이 올랐다. 수입 원재료 구매가격은 지난해 평균 환율(1144원)보다 18%가량 상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리아와 써브웨이 등 일부 프랜차이즈 업체는 올해 두 번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샌드위치 프랜차이즈 써브웨이는 12일부터 대표제품군인 15㎝ 샌드위치 가격을 평균 5.8% 인상한다. 지난 1월 제품 가격을 인상한지 6개월 만에 추가 인상을 단행하는 것이다. 당시 써브웨이는 샌드위치 평균 가격을 5.1% 올렸다.
롯데리아도 상황은 비슷하다. 롯데리아는 지난해 12월 주요 제품 가격을 4.1% 인상한 것에 이어 지난달 16일부터 버거 등 제품 81종 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지속된 물가 상승으로 가맹점주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어 불가피하게 가격 조정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밀,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오르면 빵, 국수 등 가공식품 가격 상승폭도 더욱 가팔라진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 자장면 값은 올 5월 평균 6223원(1인분 기준)으로 1년 전보다 15.6% 올랐다.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부터 제품 인상을 단행해오고 있지만, 원자재값이 보다 큰 폭으로 뛰면서 원가 부담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증권가는 농심, 삼양식품, 오뚜기 등 주요 라면업체들의 2분기 실적에 대해 매출액이 늘더라도 영업이익은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정부는 한시적으로 무관세 적용 수입 품목을 확대한다고 지난 8일 밝혔다. 지난달 돼지고기, 식용유 등에 물리는 관세를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면제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이번에는 품목을 소고기, 닭고기, 커피원두, 분유 등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관세를 한시 면제하기로 한 주요 품목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물가 전반의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초복(7월 16일)을 앞두고 장바구니·외식 물가도 오름세를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이 발표한 6월 삼계탕 한 그릇 평균가격(서울시내 기준)은 1만4885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7% 상승했다. '삼계탕 맛집'으로 알려진 일부 식당에서는 2~3만원 안팎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다. 닭고기와 오리 등 보양식 주재료 가격도 11~13% 가량 올랐다.
이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HMR 보양식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 신세계푸드의 '올반 삼계탕'은 6월 한 달간 10만개가 팔렸다. 지난해 동기보다 37% 늘어난 수치다. 또 초복을 앞두고 진행한 특가 판매 라이브 방송을 통해 한 시간 만에 준비했던 물량 3000개가 완판됐다.
CJ제일제당은 메가 브랜드 '비비고'를 앞세운 '비비고 누룽지 닭다리삼계탕'을 새로 출시했다.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닭다리살을 강조한 제품이다. 온라인몰 CJ더마켓을 통해 신제품을 포함한 닭고기 보양식 제품을 할인 판매 중이다.
닭고기 전문기업 하림은 집에서 온 가족이 간편하게 맛볼 수 있도록 '누룽지 닭백숙 밀키트'를 선보였으며, 사조대림은 매콤한 맛으로 차별화한 '대림선 24/7 안심 빨간삼계탕'을 선보였다. 삼양식품은 이색 보양라면 '흑삼계탕면'을 한정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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