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하루가 다르게 폭등하던 문재인정부 후반기, 20~30대 청년층까지 아파트 매수에 나섰다. 이른바 '영끌 (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빚투(빚을 내서 투자)' 논란까지 불러올 만큼 대단한 기세였다. 아파트 등 부동산 뿐만 아니라 주식, 가상화폐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금리 시대가 한 몫을 했다. 당시 정부가 나서서 과다 채무의 위험성을 지적했지만 '마이동풍'이었다.
그러나 과다하게 풀렸던 돈 때문에 물가가 고공행진을 하자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금리를 올리면서 영원할 것 같았던 초저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극심한 물가를 잡기 위해 지난달에 이어 이달 28일에도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밟았다. 1.5%~1.75%였던 미국 금리는 2.25%~2.5%로 올랐다. 현재 우리나라 기준 금리는 2.25%인데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0.2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앞서 한국은행도 이번 달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0.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지금 같은 한미 금리 역전 추세라면 다음 달 기준금리는 또 오를 것이 확실하다. 지난해 12월 5.12%였던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마이너스통장 포함) 평균 금리는 7%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국 우려했던 대로 청년층의 과다 채무 위험성은 현실이 됐으며 정부도 손을 놓을 수 없을 만큼의 사회적 이슈가 되고 말았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최근 금융 취약층의 부채 부담을 덜어주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채무 부담 경감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정부는 채무 과다 청년층에 대해 특례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소득과 재산 등에 따라 3개월 이상 연체한 34세 이하 신용평점 하위 20% 청년 채무자들의 이자를 30~50% 감면하고 이자율도 3.25%로 유지하며 최대 3년간 원금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정부는 "청년층들이 '영끌'·'빚투'를 한 것은 넓게 보면 한국 사회가 청년들을 그렇게 몰아간 면이 있으므로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방관자적 자세보다 어려울 때 두텁게 안아주는 게 국가의 존재 이유란 점에서 방침을 줬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이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다수의 청년이 신용불량자와 실업자 등으로 전락해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과 비용 부담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청년 금융지원대책에 대해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당장 코로나 피해가 없더라도 청년이기만 하면 지원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고금리로 극한적 궁지에 몰린 사람은 이들 청년층만이 아닌데도 다른 세대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실 청년들이 빚을 내서 집을 사거나 주식, 코인을 산 것은 개개인이 투자를 통한 이익 실현을 얻기 위해서다. 그럼에도 불구 개인의 수익 실현을 위해 나섰던 투자 행위가 실패했다고 정부가 나서 세금으로 빚 탕감을 지원하는 것은 '모럴헤저드'를 초래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혹시 청년인 여당 대표 징계 이후 떨어지고 있는 소위 '이대남'의 지지율을 회복하기 위한 배경이 있는건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지금 집권 세력은 공정을 기치로 국민의 마음을 얻었다. 그런데 빚 떼먹기 좋은 사회로 나가자는 정책은 국민들의 정서에 어긋난다. 코로나로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면서 빚을 갚아온 성실한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드는 정책은 좋은 정책이 아니다. 정치적 욕심이 경제 근간을 뒤흔드는건 순간이고 후유증은 오래 간다는게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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