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와인과 건강
"매일 한 잔씩 드시면 치매가 예방됩니다. 심장 질환이 발생할 확률을 낮추고, 내장 지방도 줄여주지요. 나이들수록 뼈 건강이 중요한 거 아시나요. 골밀도도 높이고, 식사 중간에 같이 마시면 당뇨병 위험도 낮아집니다. 물론 한 두잔씩, 적당량만 드셔야 합니다만."
이 무슨 만병통치약 과대광고 같지만 주인공은 약도, 건강보조제도 아니다. 바로 와인이다. 고지방, 고단백 음식을 많이 먹고도 심장병 발병률은 낮은 프랑스 사람들. 레드와인의 위상을 바꾼 것은 이 '프렌치 패러독스'였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와인애호가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줄 연구결과가 훨씬 더 많이 나왔다.
적당량의 와인을 마신 이들은 심혈관 질환으로 고통받을 확률이 20%는 낮아지고, 동시에 스트레스와 관련된 뇌 활동도 감소했다. 이와 함께 심장병과 뇌졸증 위험을 높이는 내장 지방을 줄여주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치매 예방은 남성에게 특히 효과가 있었다. 한 잔 정도의 와인을 마신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와인 이외의 다른 술을 마셨거나 아예 알코올 섭취를 하지 않은) 이들 대비 치매 위험이 17% 낮았다.
양이 아닌 마시는 시점까지 신경쓴다면 효용은 더 커진다. 와인을 1~2잔 규칙적으로 마시면 전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었지만 매일 식사와 함께 마신 시험 참가자들은 당뇨병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맥주 등 다른 알코올을 규칙적으로 마셨다면 오히려 당뇨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졌다.
와인이 몸에 좋은 술이 된 것은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덕분이다. 포도에 함유된 폴리페놀은 몸속 유해 산소를 무해한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작용을 한다. 노화를 늦추고, 피로 회복에 도움을 준다. 안토시아닌은 세포 독성을 억제한다. 이런 성분들이 건강에 여러모로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화이트와인은 레드와인 같은 효과는 없지만 골밀도를 높이는 성분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술을 잘 먹는 사람들이 원래 체력이 좋은 것일까, 아니면 꾸준히 운동을 해서 술을 잘 먹게 된 것일까.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달리기 운동을 꾸준히 해온 고체력자들은 성별을 불문하고 과음할 가능성이 높았다. 러닝머신 실험에서 고체력자로 판별된 여자의 경우 저체력자보다 적당히(와인 3~7잔) 또는 과음(7잔 이상으로 보통 와인 한 병 반 가량)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았다. 남자 역시 고체력자가 적당히(3~14잔) 또는 과음(14잔 이상으로 보통 와인 세 병 가량)할 확률이 저체력자보다 1.63배나 더 높았다. 더 많이 마시지만 알콜 중독 같은 문제로 고생할 가능성은 고체력자가 낮았다.
재미있는 점은 운동과 음주 간의 이런 상관관계는 심리적인 영향도 반영됐다는 것이다. 사전에 좋은 행동을 하면 나중에 좋지 않은 행동을 할 권리가 생긴다고 믿는 소위 라이센싱 효과(Licensing Effect)다. 주중에 술을 한 번도 안 마셨으면 주말에 폭음을 해도 된다고 스스로 용인하는 것처럼 꾸준히 운동을 한 이들은 그만큼 마음껏 술을 마셔도 된다고 생각했다.
와인의 모든 긍정적인 효과들은 '몸이 건강한 상태일 때'라는 전제 조건이 붙는다. 그러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와인을 마시려면 무엇보다 과음은 금물, 그리고 운동으로 좋은 체력을 유지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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