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반지하를 없애면 그분들은 어디로 가야 하느냐."
지난 10일 서울시의 반지하 주택 인허가 전면 금지 등 일몰제 추진 계획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반문했다.
일주일이 지나 정부는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 중 반지하 주택 대책으로 도심 내 주거 취약계층에게 연 1만호 이상 공공 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반지하에 사는 다수가 가난한 세입자들인데 이들이 과연 더 나은 임대주택에 거주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번 대책은 얼마 전 수도권에 내린 이례적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이 침수돼 사망한 사고가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번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 돼버렸다.
12년 전인 2010년 9월 태풍 곤파스가 수도권을 덮쳐 6명이 사망하는 등 반지하에 사는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그때도 정부는 상습침수구역에 주거용 반지하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했다.
그나마 정부가 반지하 주택을 없애는 데 한발 더 나아가 이들이 살 집을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그때와는 다르다.
문제는 이들 취약계층이 옮겨 갈 만한 임대주택 수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그들이 거주지를 옮길 수 있는 형편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지하(반지하) 거주 취약계층은 32만7000가구에 달한다. 이중 60%가 넘는 20만1000가구가 서울시에 거주하고 있다.
재건축으로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도 연 1만개 공공 임대주택만으로 한계가 있다. 또, 취약계층에 월 20만원씩 2년간 바우처를 지원한다 해도 그 기간 임대주택 입주가 가능할지, 2년 후 정부 지원이 사라진 상황에서 주거비는 어떻게 부담할지 등의 문제가 뒤따른다.
반지하와 비슷한 수준의 저렴한 주거 공간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들이 갈 곳은 지하 대신 옥상(옥탑방)이나 고시원뿐이다.
반지하에 사는 주인공 일가족이 물을 퍼내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영화 '기생충'은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과 함께 한국의 '반지하(Banjiha)' 현실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올해 영국 BBC와 뉴욕타임스는 반지하에 침수돼 사망한 일가족의 소식을 다루며 "현실의 결말은 더 최악이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일가족이 최악의 결말을 맞기 전에 정부는 그들 현실에 맞는 공공 임대주택을 최대한 빨리, 그리고 많이 공급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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