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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 기자의 와이(Why) 와인]<161>퍼펙트 페어링

<161>영화로 맛보는 와인 ⑩퍼펙트 페어링(A Perfect Pairing)

 

안상미 기자

"이건 마치 소박한 산장에서 캐시미어 담요를 두르고 벽난로 옆에 앉아 몸을 녹이는 맛이에요."

 

와인 수입업체에서 잘 나가는 롤라 앨버레즈(빅토리아 저스티스)에게 와인은 전 세계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는 매개체다. 그래서 그녀에게는 와인을 마시는 것 자체가 휴가이기도 연휴가 되기도 한다.

 

/영화 '퍼펙트 페어링' 캡쳐 화면

영화 '퍼펙트 페어링'의 주인공 롤라에게 추운 겨울 몸을 녹이는 맛을 선사한 와인은 호주 야라 밸리에서 만든 쉬라즈였다.

 

쉬라즈는 호주 와인의 대표 선수다. 근데 고개가 꺄우뚱해진다. 보통 묵직하고 강렬한 과일 풍미를 내는 호주 쉬라즈에 대한 표현이라기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이유는 생산지에 있다. 무더운 헌터 밸리도, 따뜻한 바로사 밸리도 아닌 서늘한 야라 밸리다. 야라 밸리는 멜버른 북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서늘해 피노누아가 잘 자라지만 쉬라즈가 여기서 자라게 되면 기존 호주 쉬라즈의 무거운 풍미와 차별되는 절제된 맛을 낼 수 있다.

 

"체리, 라즈베리, 향신료, 담배향." 한 모금으로 와인의 본질을 꿰뚫는 셰프 해미쉬 킹. 유명세를 떨치는 셰프 앞에서도 롤라의 입담은 빛을 발한다.

 

"전 이 레드 버건디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답니다. 따스한 가을날 디종 어딘가의 저택 정원에 앉아 있는 기분이죠. 이걸 마시면요."

 

거래를 연이어 성사시킨 롤라지만 회사생활은 녹록하지 않다. 상사는 부려먹을 궁리만 하고, 동료는 롤라의 아이디어마저 가로챈다.

 

사표를 던지고 와인 수입사를 차리지만 주류 수입 면허가 나오는 것만도 두 달은 걸린다. 새내기 최고경영자(CEO) 롤라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호주의 본 패밀리 같은 거물급 와이너리다. 무작정 호주행이 용감한 건지 미친 건지 판단이 안 선다는 롤라에게 아버지는 "용감하게 미친 짓을 하연 되는 것"이라 밀어준다.

 

/영화 '퍼펙트 페어링' 캡쳐 화면

본 패밀리 와인은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모든 와인은 유기농이며 생물 역학적이다. 화학약품은 일절 쓰지 않고, 유전자 조작도 없이 포도로만 승부한다.

 

이런 와인을 만드는 깐깐한 CEO에게 주류 수입 면허도 없는 롤라가 눈에 찰 리 없다. 롤라를 살린 것은 마침 부족했던 일손. 양 목장의 일꾼을 자처하고, 양떼를 몰 줄 알게 되면 와인 얘기를 해보자는 수준까지는 이끌어낸다.

 

와인에서 '페어링'이란 가장 잘 어울리는 음식을 함께 즐기는 것을 말한다. '마리아주'라 불리기도 하는 그것이다. 음식과 와인이 서로의 맛을 해치지 않는 것은 넘어 맛과 향을 배가시켜야 진정한 페어링, 마리아주라고 할 수 있다.

 

사람끼리의 페어링 역시 다르지 않다.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정도가 아닌 서로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게 해야 진정한 짝꿍일 터.

 

몸을 사리고만 살아온 맥스 본(애덤 데모스)에게 롤라가 딱 그랬다. 솔직하고 거침없는 롤라 덕에 맥스는 이제 본 패밀리 와인의 숨겨진 투자자가 아니라 경영 전면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롤라는 본 패밀리 와인은 놓쳤지만 독특한 우루과이 와인을 들고 와인 박람회장에 당당히 하나의 부스를 차지한다. "언젠가 롤라 앨버레즈가 직접 운영하는 와인 수입사를 와인 박람회에서 보고 싶네요"라고 했던 셰프 해미쉬의 말대로 말이다.

 

무더위도 한 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 앞에서 어디로 데려다 줄 와인을 선택할까. 호주의 광활한 초원에 데려다 줄 시라즈, 아니면 미국 나파밸리의 찬란한 햇살을 만끽할 수 있는 카버네 소비뇽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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