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몸집' 축소와 디지털 역량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은행업무를 비대면으로 할 수 있는 모바일 환경이 자리를 잡으면서 점포 내방 고객이 감소하고 있어서다.
◆비대면 고객 급증…점포 1년새 136개 감소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의 6월말 기준 영업점 수는 모두 2943개로 지난해 말 3079개 대비 136개가 줄었다. 신한은행이 44개로 감축 규모가 가장 컸고 우리은행 40개, 국민은행 36개, 하나은행 16개 순으로 점포를 줄였다.
특히 최근 2년간의 감소세는 눈에 띄게 가팔라지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년간 1018개에서 878개로 축소했으며 신한은행은 876개에서 740개로 줄였다. 또 우리은행은 862개에서 728개로, 하나은행은 675개에서 597개로 줄었다.
지방은행과 외국계은행의 행보도 비슷하다.
같은 기간 BNK부산은행·경남은행은 각각 39개, 22개 점포를 없앴다. DGB대구은행은 30개 점포를 줄였다. 외국계 은행 가운데 SC제일은행은 31개, 한국씨티은행이 4개를 폐쇄했다.
영업점 축소에 따라 은행권 인력도 줄었는데, 4대 은행의 임직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5만5883명으로 올 들어 1391명 줄었다.
은행들이 점포룰 축소하는 이유는 모바일 환경이 발전하면서 비대면 서비스 이용 고객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영업점과 인력을 함께 줄이면서 비용이 절감되는 효과도 있다.
올 상반기 하나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상품 고객 중 비대면 고객의 비중은 전체의 90%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p) 이상 증가한 수치다.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KB스타뱅킹'과 '신한쏠(SOL)'의 가입자 수는 모두 1000만명 가량 늘어났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비대면 고객 비중은 69.2%였다. 이 역시 전년 말(68.5%) 대비 1%p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이에 따라 주요 금융그룹은 ▲간편결제 시장 ▲인공지능(AI) 서비스 ▲메타버스 시장 강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간편결제 시장 35% 증가
우선 시중은행은 늘어나는 간편결제 금융소비자를 잡기 위해 앞다퉈 플랫폼을 내놓고 있다.
한국은행의 '2021년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 총 이용 금액은 약 221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간편결제란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에 등록해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만으로 비용을 지불하는 서비스다.
KB국민은행은 자사의 애플리케이션인 '리브 Next' 내에 페이(Pay) 기능을 추가하고, 리브포켓에서 이용할 수 있는 결제수단과 결제채널을 확대했다.
우리금융그룹은행 우리WON뱅킹이나 우리카드 애플리케이션를 통해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장점이다.
아울러 업계는 인공지능(AI)을 통한 금융 서비스 확장을 놓고도 경쟁이 치열하다
기존에 시중은행들은 '챗봇'(애플리케이션 내 상담봇)을 통해 고객과 소통해 왔다면, 현재는 인간을 형상한 AI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AI가 고객 데이터를 관리할 뿐만 아니라 고객 직접 응대와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까지 실시한다.
하나은행은 지난 4일 모바일 앱(하나원큐)에 'AI 뱅커'를 공급했다. AI뱅커는 하나원큐 내 '하나 합'과 '펀드몰' 두 가지 메뉴에서 브리핑 서비스를 제공한다.
KB국민은행은 최근 AI 기술을 적용한 '기업여신 자동심사 지원시스템(Bics·Big data CSS)'을 도입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라운지에 AI뱅커 서비스를 도입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 AI뱅커는 영상합성과 음성인식 기술을 적용한 가상 직원으로 디지털 기기를통해 인사 후 고객이 원하는 업무를 안내한다.
◆은행, 메타버스 기업과 맞손 'NFT 지급'
마지막으로 업계는 메타버스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메타버스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동시에 가상 지점을 개설해 대체불가능토근(NFT)을 지급한다.
지난 2일 하나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인 더샌드박스와 연예기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협약을 맺었다. 하나은행은 더샌드박스 내 큐브엔터가 보유한 메타버스 공간인 '케이-빌리지(K-village)'에 가상 지점을 구축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협업을 진행한다.
우리은행은 메타버스 기업 '오비스(ovice)'와 메타버스 공간에서 소상공인이 업무를 볼 수 있게 만든 '우리메타브랜치'를 개설했다.
지난 6월 신한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Shinamon)'의 2차 시험 서비스를 진행했다. 5일간 열린 시험 서비스엔 약 8만5000명이 참여했다. 해당 서비스는 올해 하반기 정식 출시를 앞두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 내에 KB금융타운 베타버전을 만들어 가상영업점과 금융을 접목한 게임을 선보였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선 오프라인 영업점에 대한 의존이 있는 고령자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점포를 닫는 은행들의 속도가 빠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 시중은행을 내방한 A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는데도 은행들이 단축 영업을 계속하고 있다"며 "고령층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의 은행 점포는 고객이 몰려 평균 1시간 이상을 대기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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