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타경'을 비롯한 많은 불교 경전에는 '한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 공명지조(共命之鳥)에 관한 우화가 등장한다. '두 머리'는 서로가 어느 한 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공멸하는 '운명공동체'다. 그럼에도 불구 '한 머리'가 맛있는 과일을 나누지 않고 혼자 욕심내서 먹어버리자 다른 '한 머리'가 그것을 시샘해서 독과를 몰래 먹어버렸고 결국 한 몸뚱이를 가진 새는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이야기.
비슷한 상징물은 서양에도 존재한다. 13세기 이탈리아 작가 단테의 '신곡'에는 각기 다른 죄를 범한 인간들이 갇힌 아홉 개의 지옥 감옥이 묘사되어 있다. 그 중 세 번째 감옥에는 탐욕이라는 죄목을 가진 이들이 갇혀 있는데 감옥의 입구는 머리가 셋 달린 신화 속 괴물 '케르베로스'가 지키고 있다. 지옥의 문지기 '케르베로스'는 세 개의 머리와 입을 가지고 있으나 아무리 먹어도 하나의 몸을 만족시키지 못한다. 채워지지 않는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세 개의 머리는 평생 서로를 물고 뜯으며 살아가는데…. 두개의 우화는 아무리 채워도 만족할 줄 모르는 인간의 탐욕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은행 노동조합이 속한 금융산업노조가 지난 19일 93.4%의 압도적인 찬성률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임금 6.1% 인상, 정년 65세 연장, 주 36시간(4.5일) 근무, 금융 공공기관 혁신안 폐기 촉구 등 요구 사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9월 16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금융노조는 은행 수익 급증, 고물가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를 들며 6.1%의 높은 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은행의 이자이익은 26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조1000억원(18.8%)이나 늘어났기 때문에 충분히 요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 결과물은 은행의 치열한 경쟁과 노력 끝에 창출된게 아니라 대출 금리 인상 덕분에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미 은행원들은 연초 300% 남짓한 성과급을 지급받기도 했다. 지난해 시중은행 직원의 평균 연봉은 1억 550만원에 이른다. 올해는 지난해를 웃돌 것이 유력하다. 그런데도 공무원(1.4%)이나 100인 이상 사업체(5.3%)의 올해 평균 인상률보다 더 높은 수준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다.
'정년 65세 연장'과 '임금피크제 개선' 요구 역시 청년 채용에 훼방을 놓으면서까지 기득권에 집착하는 행태로 비칠 뿐이다. 특히 주 36시간(4.5일) 근무제 도입 요구는 '일은 덜하고 임금은 더 받겠다'는 노골적인 양심 불량의 발로다
금융권에선 노조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볼모로 잡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은행들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1시간 단축 영업을 하고 있는데 노조가 동의해줘야 정상화할 수 있다. 노조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될 때까지 단축 영업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 4개월이 지난 지금도 은행들은 오후 3시30분까지만 문을 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 상황은 5개월 연속 무역 적자와 1300원대로 치솟은 환율, 고공행진하는 물가, 연 3%에 육박하는 기준금리, 코로나19 재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원자재 파동 등 어디 하나 위기 아닌 곳이 없다. 정부와 기업은 물론 국민들 상당수에게는 벌써 비상등이 켜져 있는 상태다. 이런 상황 속에 염치 없고 눈치 없는 은행 노조들의 탐욕적인 요구는 국민들로부터 비난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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