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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고금리시대의 그늘

#. 최근 지인을 만났다. 그는 요즘 아내와 말다툼이 잦아졌다고 한다. 지난해 봄 대출을 받아 늦었지만 집을 샀던 그였다. 내집마련을 이뤘다는 기쁨도 잠시였다. 집값이 꺾이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금리인상도 시작됐다. 대출 이자가 가파르게 올랐다. 불안감을 느낀 그는 집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매도를 놓고 아내와 옥신각신이란다. 아내는 버티기를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불패를 믿는단다. 집값이 급락할 때까지 정부가 손놓고 있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도 갖고 있다. 또 하락기엔 집이 팔리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 반면 남편은 월급의 상당부분을 이자로 지불하느니 집을 팔자고 한다. 집값이 수 천 만원 떨어진 상황에서 더 떨어지기 전에 집을 내놔야 한다는 것. 매도가를 내려 싸게라도 팔아서 대출을 갚고, 전셋집으로 들어가자는 생각이다. 지인은 아직까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 수 년 동안 저금리 지속으로 레버리지를 일으켰던 수요자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동학개미 운동'이나 내집마련 대열에 동참했던 투자자들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트리거였다. 미국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시작됐고, 이를 따라가는 우리나라다. 올 들어 주식시장이 덜컹거리는 이유다. 최근 1년새 30~40%씩 하락한 주식이 수두룩하다. 투자수익률은 마이너스인데 대출이자는 눈덩이 처럼 불어났다. 여기저기서 한숨이 나온다. 이번 생에 내집마련을 하겠다고 영끌했던 2030세대는 잠을 설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집을 산 수요자의 30~40%가 2030세대였다. 대부분 은행빚으로 집을 샀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도 많았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멘붕이다. 금리인상으로 이자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연말이 오기 전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 부채 폭탄을 안고 갈 것인 지, 해소할 것인 지.

 

#.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7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7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3% 줄었다. 1995년부터 집계하기 시작한 소매판매는 1998년 외환위기 때도 경험하지 못한 5개월 연속 감소를 나타냈다. 고물가 여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 셈이다. 실제로 화장품이나 가전제품 소비가 부진했다. 물가상승이 이어지다보니 소비를 늦춘 것이다. 당장 필요한 물건이 아니면 사지 않았다는 의미다. 정부는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외식이나 여행 지출을 많이 하고 있어 소비위축으로 판단하기 이르다는 것. 문제는 물가상승 지속으로 추가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2014년 8월 이후 8년 만에 2.50%까지 올라섰다. 지난해 8월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려 2.00%포인트(p) 뛰었다. 시장에선 연내 두 번 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씩 인상을 예상한다. 이렇게되면 기준금리는 올 겨울엔 연 3.0%에 이를 전망이다.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각각 6~8%대로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

 

#. 고금리시대가 무서운 건 사회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는 점이다. 돈이 많은 사람은 금리가 오르면 주식 대신 채권을 사고, 은행에 맡긴다. 금리가 오를 수록 이자가 불어난다. 반대편은 빌린 돈의 원금과 이자를 갚느라 삶이 곤궁해진다. 돈을 빌려 집을 살 수도 없다.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서다. 대출로 집을 샀거나 전셋집을 구했던 일부 수요자는 이자를 못이기고 집을 팔거나 월세로 내몰린다. 자산가와 그렇지 않은 사람 간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수밖에 없다. 금리가 오르면 부채 위기가 덮친다. 더 오르기 전에 빌린 돈을 갚거나 감내하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박승덕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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