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8일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자체 제작한 잔혹동화 형식의 '윤의 여왕-산은아 산은아 본점을 내놓아라'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유명한 동화 영화 '눈의 여왕'을 패러디한 영상 내용은 '산은'이라는 소년과 '서울'이라는 소녀가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윤의 여왕'(윤석열 대통령)이 '산은'이를 부산으로 납치하려 한다. 그러자 '서울'이는 '산은'이가 부산으로 가면 제 할 일을 못하고, 70%에 달하는 수도권의 손님들이 불편해지고, 해외 후원도 줄어든다고 설득한다. 또한 '산은'이를 부산으로 데려가면 '윤의 여왕'도 위험해지며 스스로 팔과 다리를 묶는 행동이라며 경고하고 있다. 그러자 결국 '윤의 여왕'은 '산은'이를 놓아준다.
영상을 꿰뚫는 주제는 '산은'이가 부산으로 가면 큰일이 난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제2 도시 부산이 졸지에 '초라한 도시'로 전락한 것이다. 이 유튜브 영상은 부산을 비하하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이 오히려 독이 될 것이라는 비난이 팽배하자 6일만에 자진 삭제됐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불을 지핀 산은 본점 부산 이전이 가시화되면서 산은 경영진과 노조간 벼랑 끝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산은의 부산 이전 관련 로드맵이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을 통해 공개되면서 노조는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로드맵은 내년 중 이전 대상 인력과 부지를 확정하고 사옥 신축에 돌입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14일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 본점의 부산 이전은 '국정과제'로 선정된 만큼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문제"라고 못박았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달 31일 부산 신항에서 열린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산은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으로 이전해 해양도시화, 물류도시화, 첨단 과학산업 도시화로의 길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조속한 이전 추진을 천명했다.
국회 역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에 적극적이다. 산은법 4조 1항은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전을 위해선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로드맵에 따르면 산은법 제4조 개정은 내년까지 완료되는 것으로 나와 있다.
산은 노조는 "산은의 지방 이전은 대한민국 금융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며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을 지휘하고 주력 산업이 무너지지 않도록 지원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은 국책은행인데 산은이 부산으로 이전할 경우 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지 걱정"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일부 언론을 비롯 외부 일각에서도 부산 이전으로 전문 인력 이탈이 현실화되면 국가 성장동력 확보와 기업 구조조정 역할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제기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물설고, 낯설고, 말 설은' 지방으로 갑자기 거주지를 옮겨야 하는 은행 직원들의 불만은 이해할만 하다. 또 산은 이전으로 업무 비효율성과 비용 부담, 국가 경쟁력 약화 우려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어느 정도 합당한 지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지역의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 국책은행인 산은의 부산 이전은 중요하다. 더구나 산은의 부산 이전은 지난 대선의 주요 공약이자 정부의 역점 국정과제로 다뤄지고 있어 철회될 수 없는 정책이기도 하다. 궁극적으로 산은 이전은 한국거래소 이전과 함께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부·울·경 두 축으로 지속 가능한 삶의 경제를 만드는 시금석이라는 점에서 국가 '백년대계'이기도 하다. 산은 노조의 '소탐대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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