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4>2022 제2회 중국(닝샤) 국제와인문화여행박람회(CIWCTE)
[중국, 닝샤(Ningxia)=안상미 기자] 우아하고, 유려하다. 타닌은 매끄럽지만 입안을 꽉 채우고, 향긋한 과실향과 기분좋은 산도가 잘 어우러진다. 만들기도 잘 만들었지만 카버네 소비뇽 품종으로 이 정도의 균형감과 미네랄을 주는 것을 보면 분명 좋은 테루아가 기본일 터. 여기에 일부 섞인 중국 고유 품종 카버네 게르니히트(Cabernet Gernischt)는 신선한 과실미와 함께 어떤 중국 음식에 같이 마셔도 어울릴 만한 향신료 느낌을 채워준다. 시거(Xige) 와이너리의 'XEGE N50'다.
중국의 북서쪽 닝샤에 위치한 시거(Xige) 와이너리는 9월에도 한 낮의 기온이 35℃까지 올라갔다. 따가운 햇빛에 더 없이 건조했지만 풍력발전이 가능할 만큼 불어오는 바람은 포도알의 열기를 식혀준다. 타고난 좋은 땅과 함께 우아한 맛을 낼 수 있었던 비결이다.
닝샤후이족자치구 량옌순 당서기는 지난 7일 열린 제2회 중국(닝샤) 국제와인문화여행박람회(CIWCTE) 개막식에서 "닝샤는 중국의 보물과도 같은 곳으로 타고난 자연환경과 국가적인 지원이 만나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고급 와인 산지가 되었다"며 "'작은 포도'는 지역을 대표하는 '커다란 산업'이 된 것은 물론 닝샤가 세계와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500여명 안팎의 국내외 인사들이 참석했고, 현장에선 와인산업 투자협약도 체결됐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이면 올 수 있는 닝샤는 '중국판 보르도'로 불리는 곳이다. 프랑스의 보르도와 같이 세계 와이너리의 황금벨트라고 불리는 북위 38도에 위치해 있다.
중국판 보르도라지만 기후는 확연히 다르다. 보르도가 온화한 해양성 기후라면 닝샤는 완전한 대륙성 기후다. 북쪽으로는 황하가 흐르고, 우뚝선 허란산 동쪽 기슭에 포도밭이 즐비해 있다. 서리 걱정없이 충분한 일조량을 누릴 수 있고, 큰 일교차로 기온이 뚝 떨어지는 저녁은 포도를 천천히 익히고 좋은 산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자연환경만 놓고 보자면 아르헨티나의 와인 명산지 멘도사와 비슷하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2016, 2020년 두 차례나 닝샤를 직접 방문했다. 당시 시 주석은 "닝샤 와인 산업은 중국 와인 산업 발전의 축소판"이라며 "10년, 20년 안에 중국 와인은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언급한 '세계를 놀라게 하겠다(Cineses wine: A marble to the world)'는 문구가 그대로 이번 박람회의 기조가 됐다.
와인을 만들기 좋은 환경만큼이나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던 것도 닝샤 와인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단순히 좋은 와인을 만드는 것을 넘어 사막같은 곳에 포도나무를 심고, 산업으로 발전시키는 것은 빈곤했던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했다. 닝샤에서 와인 산업을 황무지에 포도밭을 일군 '그린 미라클'을 넘어 일자리를 만들고 실제 지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크게 끌어올린 '퍼플 미라클'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이 곳 와인의 브랜드 가치만 301억 위안(한화 약 6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다시 시거 와이너리의 와인으로 돌아가보자. 맛을 봤던 'XEGE N50'은 2018 빈티지로 2017년 세워진 와이너리의 실력이라고는 믿을 수가 없다. 와인업계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것이야 말로 '미라클' 수준이다. 특히나 숙성 등 긴 시간(다른 말로 하면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야 하는 와인 산업에 있어 완벽한 온도와 습도에서 보관되어 있는 와인 3000배럴은 세계 어느 대규모 와이너리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닝샤에 이미 세워진 와이너리만 116곳에 달한다. 중국 전역도 아닌 닝샤 지역에서만 오는 2035년까지 와인 6억병 가량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각종 지원을 쏟아붓고 있다. 와인 6억병은 프랑스 보르도의 연간 생산량이다. 닝샤를 세계 와인의 수도로 만들겠다는 중국의 '와인굴기'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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