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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한국 현대조각, 지나온 30년 다가올 30년

한국에는 미술 협·단체가 꽤 된다. 제대로 집계해본 기록이 없기에 그 수가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하는 건 어렵지만, 연례적 또는 정기적으로 작품발표를 갖는 모임만도 미술 전 분야에 걸쳐 최소 수백여 개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도 역사성을 지닌 단체는 쉽게 구분된다. '후소회'(1936), '목우회'(1958)와 같이 1950년대 전후 설립된 소수의 협·단체가 존재하는 가운데 대부분은 1980~1990년대에 창립됐다.

 

'광장조각회'는 1990년대 대표적인 조각 단체 중 하나로 꼽힌다. 전신은 1977년 창립된 '시형조각회'와 1978년 결성된 '후기조각회'다. 당시만 해도 각자의 길을 걸으며 작품 발표활동을 해오던 중, 새로운 조형이념의 모색과 조각의 가치성을 보다 탄탄히 다지고자 1990년 '조각그룹 광장'으로 통합, 2013년 '광장조각회'로 개칭해 현재에 이른다.

 

'광장조각회'의 광장은 다의적 발언이 어우러지는 상징적 공간인 광장(廣場)의 개방성에서 차용했다. 그 공간 내에서 흡수된 여러 화두를 조형적·미적으로 논의하고 표상하면서 예술의 역할과 의미에 대해 탐색하고자 하는 광의(廣義)의 목적도 들어있다.

 

해마다 꾸준히 조형적 진폭을 달리해온 '광장조각회'는 한국 조각사에 발자취를 남긴 일단의 조각 단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오랜 역사성을 자랑한다. 1969년 세워진 한국현대조각회나 1985년 첫발을 뗀 한국조각가협회 등의 발자취를 잇는 광장의 역사는 곧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조각의 면면과 갈음된다.

 

'광장조각회'는 미술사적 맥락에서 역시 의미 있는 위치를 점한다. 그동안 우리 조각의 조형의식을 엿볼 수 있는 창구로 기능했고, 자율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로 한국 조각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하길 30년이 넘었다. 그리고 3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가 10월 4일부터 금보성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정기전 형식을 띠지만 실제론 광장이 걸어온 1만여 일의 시간을 되새기며 새로운 광장을 만들기 위한 자리다.('광장조각회' 창립 30주년은 원래 2020년이었으나 '코로나19'로 순연됐다.)

 

'광장조각회' 30주년 기념전은 회원들에게 특별할 수밖에 없다. 한국 조각사를 이끌어온 고 김광우, 연제동, 노재승을 비롯한 원로 작가들과 조각의 미래를 짊어질 창작가들이 함께하는 화합의 무대라는 점에서 그렇고, 길고 긴 어둠의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전제로 작업의 이유를 분명히 제시하는 자기 정체성과 우리 조각의 방향에 관한 질문이 그 어느 때보다 짙게 배어 있기에 그렇다.

 

물론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당대 조각의 흐름과 현상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Thinking 30th'를 주제로 한 '광장조각회' 해당 전시에선 한국조각의 전통성을 읽을 수 있는 작업에서부터 가변적이고 공간 장악력이 강한 설치작업, 장르의 경계를 해체하는 방식으로 조각 영역의 확장을 도모하는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이 밖에도 당대 인류가 처한 문제의식을 투사한 작품을 포함해 동시대 이슈를 조형으로 삼은 작업도 선보인다. 서술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궁극적으론 인간 삶의 문제와 세상을 바라보는 저마다의 시각을 나름의 조형언어로 풀어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로 간 큰 차이가 없다. 작가의 개성과 시각예술 고유 특질을 바탕으로 자신의 심상 및 시대상황을 이식한 작업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현대조각이라는 거대한 덩어리를 형성한 형국이라 해도 무방하다.

 

지나온 30년과 다가올 30년을 생각하며 오랜 시간 지켜오고 표현해왔던 작가들의 미적 태도와 미의식을 엿볼 수 있는 '광장조각회' 30주년 기념전은 오는 15일까지 이어진다. 모르긴 해도 동시대에서의 '조각성'은 무엇인지 되물으며 한국 현대조각을 구성하는 미학 원리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무대가 아닐까 싶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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