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GA) 소속 어느 보험영업인이 이런 눈물의 탄원서를 보냈다.
"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코로나19 영향이 사회 곳곳에 여전하고,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인해 서민 경제가 갈수록 멍이 들면서 보험영업인들은 소득 감소 속에 불안한 생계를 걱정하며 하루 하루를 버텨가고 있다…."
보험대리점은 다수의 보험사를 위해 다양한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계약 체결을 대리하는 독립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 수는 3만571개, 설계사와 내근직 직원 합쳐 30만2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 실태를 보면 생명보험 전속설계사 월 소득은 323만원, 손해보험 전속설계사 월 소득은 256만원으로 2022년 기준 4인 가구 최저 생계비 307만원 대비 조금 넘거나 모자른 상태다.
그런 일자리나마 보험영업인들은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거리로 나섰다. 보험영업인들 5000여명은 '온라인 플랫폼 보험 진출 저지 및 보험영업인 생존권 사수'를 위해 지난 8월 22일에 이어 지난 5일 2차 결의대회를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개최하고 절박한 사정을 호소했다.
지난 8월 23일 금융당국은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하고 보험계약 체결이 가능한 보험사에게 연결하자는 취지로 '온라인 플랫폼 보험 상품 서비스 시범 운영' 허용을 발표했다. 소비자 편의와 혁신을 명분으로 내세운 규제 완화 모델이다. 문제는 이 시장이 골목상권인 보험대리점 영역이라는 점이다. 핀테크 시대에 혁신과 생존이 첨예하게 충돌하는 전선 하나가 또 만들어진 것이다.
빅테크 기업의 보험업 진출에 보험영업인들이 반발하고 분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존권이다. 거대 자본과 수천만 고객 DB를 보유한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이 온라인플랫폼 보험 사업에 뛰어들 경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빠른 시간내에 시장을 지배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당장 온라인 플랫폼의 데이터 독식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데이터는 고객 마음을 훤히 들여다보는 비밀 병기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추출해 분석하고 통제하며 활용한다.또 전체 보험상품 비교·추천을 거친 고객 DB를 유료화해서 판매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물론 오·남용 문제도 촉발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또 방카슈랑스 사례와 같이 급격하게 시장을 잠식해 대면 영업 중심 보험설계사와 보험대리점의 일자리를 큰 폭으로 감소시키는 한편 영세 설계사의 생계 활동을 위태롭게 하는 것도 우려할 만한 부작용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골목상권에 뛰어들면서 하나같이 소비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와 저렴한 가격을 약속하지만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으로서 그 약속은 번번이 공허하게 끝났다. 시장에 연착륙하면 이들에게 소비자들은 무한 수익을 상납해야하는 무방비 상태의 포로일 뿐이다. 지금까지 다른 골목상권 비즈니스 세계에서 변함없이 되풀이 되고 있는 역사다.
혁신적인 패러다임이나 신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생존을 위협받는 사람들은 생겨날 수 밖에 없다. 그런 갈등을 조율하고 해결하는 것이 당국이 할 일이다. 피할 수 없는 변화의 과정이라면 그 과정에서 소외될 수 밖에 없는 보험영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생존 출구를 열어주는 것이 금융당국의 역할일 것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그동안 즐겨 쓰던 공론화 카드도 웬일인지 꺼내들지 않았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에겐 새로운 시장을 열어주는 반면 사회 약자인 보험영업인들의 생존 대책에 대해서는 묵묵부답이다. 금융당국의 '성과주의'와 '부족한 현장감'을 다시 한 번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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