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8>카버네 소비뇽 글로벌 톱 12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선선해 그 어느 때보다 와인에 손이 가는 계절이다. 벌써부터 한 마디들씩 하는게 눈에 보인다. 햇빛이 쨍하면 더위를 식히자고 한 잔, 이 시리게 추운 날은 몸 좀 덥히자고 한 잔 아니었나. 와인에 손이 안 가는 계절이 있겠냐마는 가을은 분위기를 같이 따라 마셔야하니 또 한 잔.
완연한 가을 날씨엔 단풍을 닮아 깊은색의 카버네 소비뇽이다. 하늘하늘한 피노누아나 실크같은 목넘김의 메를로 등을 다 제치고 올해 가을 와인으로 카버네 소비뇽을 꼽은 것은 최근의 변화가 인상적이어서다.
원래 진하고 두꺼운 껍질을 가진 카버네 소비뇽은 타닌 함량이 높고, 무거운 와인이다. 스테이크 등이 차려진 푸짐한 저녁상과는 더 할 나위 없이 어울리지만 점심이나 다른 때 한 두잔 홀짝거리기엔 무게감이 좀 부담스러웠다.
그랬던 카버네 소비뇽이 달라졌다. 힘을 뺐다. 깊은 과실향은 그대로지만 신선함을 담아냈고, 타닌으로 중심은 단단히 잡았지만 한 층 부드러워졌다. 여기에 카버네 프랑이나 카르미네르, 시라 등을 살짝씩 섞으면서 단순했던 캐릭터는 한층 복합성을 띄게 됐다.
최근의 변화를 쉽게 풀어 말하자면 영리하게 잘 만든 와인이 아주 많아졌단 얘기다.
올해 마스터 오브 와인(MW)과 마스터 소믈리에 등이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마스터'로 꼽은 와인들은 지역도 고루 분포됐지만 가격도 1~2만원 선부터 몇 십만원까지 다양했다. 각자 상황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 셈이다.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마스터는 대부분의 와인 품평회와 달리 특정 품종 만을 대상으로 하며, 생산지 등에 대한 정보를 배제하고 블라인드 테이스팅으로만 평가한다.
먼저 가성비 최고인 '디아블로 리제르바 프리바다'. 우리나라에서도 마트 등에서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글로벌 카버네 소비뇽 목록에 오른 와인 가운데 가장 저렴하다. 칠레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생산지인 마이포 밸리에서 만들었다. 과실향이 풍부하지만 무겁거나 달착지근하지 않다.
다음은 가장 비쌌지만 최고점을 받은 '펜폴즈 빈 707'이다. 호주 와인의 대표 선수 펜폴즈가 만들었다. 과일 풍미부터 시작에 바닐라 코코아 향이 어우러지며 타닌은 부드럽다. 2019년 빈티지로 장기 숙성이 가능하지만 지금 먹기도 좋다.
카버네 소비뇽을 말하는데 미국의 나파밸리가 빠질 수 없다. 나파밸리 와인으로는 '트레페덴 패밀리 빈야드'와 '마운틴 브레이브'가 이름을 올렸다. 트레페덴은 과일, 삼나무 향과 함께 생동감있는 산도와 부드러운 타닌이 조화를 이룬다. 마운틴 브레이브는 좀 더 강건한 스타일이다. 짙은 보라빛에 풀바디 와인으로 섬세한 장미꽃향과 검은 과일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카버네 소비뇽 품종인만큼 구세계보다는 신세계 와인들이 각광을 받았다. 칠레 와인으로는 디아블로 뿐만 아니라 '카르멘 골드'와 '카사 레알 레제르바 에스페셜 카버네 소비뇽'이 좋은 평가를 받았고, 아르헨티나 와인 '루이지 보스카 핀카 로스 노블레스', 남아프리카 공화국 와인 '니더버그 프라이빗 빈 R163', 튀르키예(터키) 와인 '참리야'등도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와인으로 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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