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먹기가 무서운 요즘이다.
두 달 가까이 한 통에 1만원에 육박하던 배추값은 이달 들어서야 준고랭지 2기작 배추가 출하돼 평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7~8월 모종을 심어 9월 하순부터 이달까지 출하하는 2기작 여름배추의 70%는 강원도 일대에서 생산된다. 아슬아슬하게 태풍의 무서운 기세를 피하며 그럭저럭 큰 피해를 보지 않은 곳이다. 물론 이상기후가 오락가락 하면서 작황은 부진하다. 재배면적이 지난해 보다 커진 덕에 그나마 수요를 맞췄다.
채소 가격 폭등 소식은 심심찮게 들려오지만 항상 충격적이다. 어쩌다 배추가 1만원이나 됐나. 원인을 따라가면 결국에는 이상기후와 기후위기가 등장한다. 이상기후가 없던 때 오랜 경험으로 축적된 농업기술과 지식은 이상기후가 나타날 것을 계산하지 않았다.
이상기후로 인해 과거에는 보지도 못했던 열대과일 수확 소식도 들린다. 제주도에나 있던 한라봉을 경작하는 지역 중 경기도 평택이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한반도 기온이 상승하면서 최근 5년간 아열대 과일 경작 면적은 2배로 급증한 것도 모자라 중부지역까지 확산하며 한반도 전역이 재배가능 지역이 됐다.
이상기후가 닥친 미래는 참담하다. 지난 4월 농촌진흥청이 예측한 6대 과일(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의 70년 전망에 따르면 2070년 사과가 지금의 망고 값 정도가 될 예정이다. 감과 귤은 2070년 강원도 일대에서까지 수확할 수 있다. 한반도가 너무 더워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1만원 배추'와 한반도에서 수확한 망고는 결국 기후위기가 가져온 사소한 산물이다. 만원짜리 배추 한 포기에는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지난 여름 유독 소나기가 잦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다행히도 '스콜(열대성 소나기)'는 아니다. 1만원 배추는 이런 날씨 때문이다.
'왜?' 라는 질문의 끝에는 결국 이상기후와 인간의 끝없는 욕심, 이기심이 자리한다. 이 지구를 마치 인간만의 것인 듯, 영원한 '초록별'일 것처럼 써온 결과가 만원짜리 배추다. 어쩌면 기후위기를 바로잡을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이 지금인지도 모른다.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이상기후에 의한 채소의 작황은 지구가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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