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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홍경한의 시시일각] 인공지능과 시각예술

지난 8월 게임 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Jason M. Allen)은 인공지능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Space Opera Theater)'을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에 출품해 디지털예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이 그림은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로 변환시켜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다. 인공지능이 그린 그림이 공식 대회에서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창작물을 둘러싼 순수성 논쟁을 야기했다.

 

지난 11일 영국 의회 청문회에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인공지능 기반 로봇 작가 에이다(Ai-Da)가 출석해 자신의 예술 활동상을 증언했다. 에이다는 2019년 완성된 이래 여러 미술관과 화랑에 그림을 전시해왔다. 그를 소개하는 홈페이지는 에이다를 '현대미술 작가'로 적시하고 있다. 실제 에이다는 2019년 2월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후 현재까지 작품 활동을 지속해오고 있다. 회화, 조각 등 다루는 시각예술 분야도 다양하다.

 

AI를 이용한 작품과 (자칭)작가의 활동이 가시화되면서 인간 시각 예술가들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이 작사·작곡을 하고 간략한 기사를 작성한 사례를 넘어 (미술시장을 포함한) 시각예술계로까지 진입하자 예술과 기술, 창의의 정의를 되묻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일단 일러스트레이터나 디자인, 기초 데생력을 바탕으로 한 직업군은 AI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텍스트 설명으로 이미지를 생성하는 달리(Dall-E)를 비롯해 앞서도 언급한 미드저니,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의 인공지능 기반 몇몇 프로그램은 이미지 생성도구로 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프로그램을 이용해본 결과 AI는 인간의 창의성과 영감 등을 돕는 하나의 수단일 수는 있어도, 인간의 감성과 정신의 영역에서 생성되는 순수예술을 위협할 수준은 되지 못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한마디로 그림을 업으로 삼는 작가는 AI로 인한 일자리, 역할 상실 등의 염려를 내려놔도 된다는 것이다.

 

이들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인간이 쌓아 놓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여러 이미지를 한데 모아 짜깁기하거나 덩어리로 묶는 것에 가깝다. 작품을 '만든다'는 개념보다는 창작된 기존의 수많은 작품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미지를 추출하거나 섞는 조합에 불과하다. 사실상 창작이라기보단 정보처리 차원으로 봐도 무방하다.

 

인간에겐 감성과 감정, 의식이 있다. AI가 이를 대체할 수는 없다. 인공지능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며 해석, 가치구분도 불가능하다. 작품이냐, 아니냐의 판단도 인간이 한다. 미드저니만 해도 억 단위의 이미지소스(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며, 결과물의 결정적 행위인 정확한 지시문구(프롬프트)를 찾아내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에이다 역시 결국 사람의 도움 없이는 작품을 마무리할 수 없다.

 

먼 훗날 인간 시각예술가의 작품과 구별되지 않고, 미적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관람객과 작품 컬렉터들이 인공지능의 작품을 예술로 여기게 된다면 아마 '화가로서 인간'이 설 자리는 보다 위축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19세기 초 사진이 등장했을 때 재현의 축이었던 화가는 일자리를 잃고 쇠퇴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결론은 그렇지 않았다.

 

현재도 인간의 다층적 감정을 공진시키는 회화는 여전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당시 혁신적이었던 사진은 현대미술의 한 분야로만 남았다. 물론 설치미술을 포함한 영상·미디어 작품에 주로 활용되는 컴퓨터 테크놀로지도 인간이 만들어내는 창작의 보조수단일 뿐 전부로 치부되진 않는다.

 

예술 창작에 있어 기술의 도움은 중요하다. 인간의 예술창작에 자극을 주고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또 기술은 예술 영역을 개척하는 도구가 되며, 이전과 다른 형식의 예술 흐름을 촉발한다. 마찬가지로 AI 작품이 하나의 장르가 될 수는 있다. 표현의 대중적 접근성을 용이하게 하며, 조형방식의 풍요로움은 예상 가능하다. 인공지능이 인간화될수록 오히려 인간만의 창의성과 무한한 가능성은 더욱 값진 가치를 획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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