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설득의 실패다."
지난 달 비닐 봉투, 플라스틱 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 단속을 1년 유예한다는 환경부 발표 후 환경 운동가가 내뱉은 말이 귀속을 맴돌았다.
환경부가 일회용품 관련 규제책을 뒤로 물린 건 이번이 3번째다.
지난 3월 카페 매장 내 플라스틱 컵 사용을 금지하기로 했지만 시행 이틀 전 유예됐다. 9월 전국에서 시행 예정이었던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는 세종과 제주 두 개 지역으로 축소됐다.
"환경 규제에 대한 후퇴가 아니냐"는 지적에 환경부는 "업주나 소비자 모두 준비가 부족했다"고 해명해 뭇매를 맞았다.
환경 주무부처라면 업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소통과 설득 노력이 부족했다고 시인했어야 옳았다.
플라스틱은 '조물주가 빠뜨린 유일한 창조물'이란 찬사를 받으며 20세기 인류 최고의 발명품으로 꼽혔다. 가벼우면서도 내구성이 강한데 가격도 저렴하다. 무엇보다 한 번 쓰고 버리면 되니 편리해졌다. 컵, 빨대, 비닐봉지 같은 플라스틱이 일회용품으로 진화한 이유다.
하지만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좀처럼 썩지 않고 재활용하기 어려운 플라스틱은 이제 환경을 위협하는 재앙이 돼 버렸다.
환경 보전을 위해, 후 세대가 살아갈 환경을 위해 현 세대가 불편을 감수해야 할 때가 왔다고, 때문에 플라스틱 감축을 유도하려면 과태료 등 규제가 불가피했다고, 환경부는 일관되게 설득해야 했다.
환경부는 지난 2년 간 프랜차이즈 본사와 200여차례 간담회를 열고, 업체·환경단체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현장에서 이를 실천해야 할 점주들, 소비자들과 치열하게 소통하고, 절실하게 설득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 규제책이 나오기 전부터 플라스틱 대신 종이 빨대를 쓰고, 매장 내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쓰며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해 온 카페 점주들과 소비자들도 있다.
환경부는 이들 뒤에 숨어 자발적 참여를 외칠 게 아니라 이들 앞에 서서 환경 주체들을 설득하고, 끌고 나가야 한다.
"예상된 반발 속에서도 정책을 일관되게 끌고 나가겠다는 환경부의 의지 없이 지금처럼 정책 후퇴 시그널이 계속되면 결국 환경 정책이 힘을 잃게 될 것"이란 목소리는 그래서 뼈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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