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보졸레 누보
올해는 11월 17일이다. 11월 셋째주 목요일이니 말이다.
"보졸레 누보가 도착했다(les Beaujolais Nouveau arrivent)."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가 찾아온다. '보졸레(Beaujolais)'는 지역 이름, 누보(Nouveau)는 '새롭다'는 말이다. 말 그대로 프랑스 보졸레 지역에서 생산되는 햇와인이다. 그 해 9월 초에 수확한 가메(Gamay) 품종 포도를 4~6주의 짧은 기간만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는다.
품종도, 지역명도, 아니면 창시자(?)의 이름도 아닌 '누보'가 명칭에 박힌 것은 양조 방식 등을 엄격히 정해놓은 규정 때문이다. 1951년 당시 법령에 따르면 원산지명칭통제를 받는 AOC 와인은 12월 15일까지 판매될 수 없었다. 시위 등으로 얻어낸 것이 병 라벨에 '누보'를 표시하는 조건이었다. 그것도 1951년 빈티지가 출시되기 불과 이틀 전인 11월 13일에 승인을 받으면서 그 해 보졸레 누보가 탄생할 수 있었다.
보졸레 누보가 원래부터 11월 셋째주에 나온 것은 아니었다.
처음 15년 동안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날이 바뀌었다. 1967년부터는 11월 15일로 못을 박았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어떤 해에는 일요일이나 월요일이 되면서 날짜에 맞춰 운송을 보장할 수 없었고, 와인샵이나 레스토랑이 문을 열지 않아 구할 수 없는 경우도 생겼다.
그래서 정해진 게 날짜가 아닌 셋째주 목요일이다. 매년 축제처럼 즐길 수 있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매년 보졸레 누보를 찾게 하는 매력은 올해의 작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함이다. 양조 기간이 길어봐야 한 달 반이다 보니 숙성과정을 통해 구조나 풍미를 입맛대로 바꾸기가 어렵다. 보졸레 누보는 포도가 자란 해의 기후와 환경을 그대로 보여준다.
예를 들면 보졸레 누보 2018년 빈티지는 1년 내내 햇빛이 내리쬐면서 검은 과실과 향신료, 감초향까지 느낄 수 있었던 반면 서늘했던 2021년 빈티지는 딸기향의 신선한 맛이 두드러졌다.
또 다른 매력은 '쉽다'는 것. 서빙 온도를 크게 따질 일도, 마실 시기를 논할 필요도 없다.
보졸레 누보는 가메 품종으로 탄산 침용해 만든다. 압착하지 않은 송이를 통째로 발효하는 방식이다. 으깨지 않은 포도알 안에서 세포 내 발효가 진행되고, 그 결과 탄닌과 알코올 도수는 일반 레드와인보다 낮지만 특유의 과일풍미를 지니고 부드러운 와인이 만들어진다. 피자나 가벼운 소시지, 돼지고기 요리나 스테이크와도 잘 어울린다. 살짝 차게 해서 먹으면 굴같은 해산물과도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당연히 와인을 받아들자마자 맛보는 것도 좋지만 보졸레 누보 역시 다른 와인들 처럼 8개월에서 12개월 동안은 맛있게 보관할 수 있다. 겨울을 지나 봄에 첫 야외 바베큐 를 할 때 오픈해도 밀리지 않을 과일향이다. 만약 2015년과 같은 소위 '그레이트 빈티지'라면 10년까지도 묵혀볼 수 있다.
올해도 어김없이 보졸레 누보를 예약했다. 2022년 빈티지의 첫 맛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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