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는 인류역사에서 계속 진행형이다. 대가를 치르고 겪어보기 전에는 사전 준비가 안 되는 게 인간의 삶일 것이다. 어린 아이도 멋모르고 뜨거운 불이나 주전자에 손을 댔다가 앗 뜨거 하며 놀라고는 뜨거운 불이 무서운 걸 알아 그 다음부터는 불을 피하는 요령을 터득하게 되니 말이다. 돌이켜 보면 대한민국의 근대사에서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하곤 했다. 성수대교 삼풍사고 세월호 사건 역시 참사가 발생하고 나서야 이런 저런 예방조치들이 후속적으로 발판을 마련하게 되니 성인이 되어서도 어린 애기 때의 불 경험과 다를 바가 없다.
인간들은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몰라서 또는 안일해서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인가. 언제까지 반복되어야 할까? 참사 이래 우리 국민들은 집단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그러다가 다시 이태원 비극이 발발했다. 근간의 뉴스와 소식들은 다시금 우리 국민들을 집단 트라우마를 겪게 하는 것만 같다. 그런데 이런 뉴스가 눈에 띠었다.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만원 지하철의 풍경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평소 출근 때 지하철은 만 원철이자 지옥철로 불린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출근 시간에 몰리는데 평소에는 '밀지 마세요!' 해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는데 핼러윈 사건 이후에는 누군가 '밀지 마세요!' 하니까 주위 사람들 일제히 멈췄다는 것이다. 이 때 기분은 씁쓸하면서도 슬펐다는 것이다. 악몽을 겪고 나니 학습효과가 생긴 것 같아서였으리라. 누군가는 말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까지는 그렇다 하겠는데 왜 계속 그래야 되냐고. 외양간을 고쳤는데 같은류의 사고는 왜 계속 되는 것이냐고. 인간들은 언제나 뜨거운 것을 만져보기 전에는 손을 데어야만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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