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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24) 서울에서 한강 전망이 가장 탁월한 곳은? 동작구 '용양봉저정공원'

14일 오후 용양봉저정공원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서울에서 한강 전망이 가장 뛰어난 곳은 어디일까. 동작구 본동에 자리한 '용양봉저정'이다. '홍재전서' 14권 '용양봉저정기'에 의하면, 1789년 조선의 22대 왕 정조는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이양원이 소유한 '망해정'이라는 정자를 사들여 누정을 지었다.

 

지난 14일 오후 용양봉저정공원 내 자연마당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정조는 1793년 이곳을 살펴보고 "북쪽의 우뚝한 산과 흘러드는 한강의 모습이 마치 용이 꿈틀대고 봉황이 나는 것 같아 억만년 가는 국가의 기반을 의미하는 듯하다"며 '용양봉저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동작구는 2020년 '용양봉저정 역사문화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 '용양봉저정공원 자연마당'을 만들어 지난해 4월 주민들에게 개방했다.

 

◆한강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공원

 

이달 14일 오후 한 아이가 보호자와 함께 용양봉저정공원 어린이놀이터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지난 14일 한강대교 남단에 위치한 '용양봉저정공원'을 방문했다. 지하철 9호선 흑석역 4번출구에서 약 674m(12분 소요)를 걸으면 공원 입구가 나온다. 샛노란 은행잎과 붉은 단풍잎을 뽐내는 수목을 감상하며 나무데크 계단을 올랐다.

 

용양봉저정공원에는 자연마당을 중심으로 입구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일루미아트리, 낮은전망쉼터, 연못, 어린이놀이터, 그림자포토존 등이 차례로 마련됐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어린이놀이터에서 여유를 즐기고 있다./ 김현정 기자

이날 오후 보호자와 함께 용양봉저정공원을 찾은 아이들은 어린이놀이터 이곳저곳을 휘젓고 다니며 어른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분홍색으로 깔맞춤을 한 멋쟁이 꼬마는 '꺅' 소리를 지르며 미끄럼틀을 탔다. 그 옆에서는 돼지 캐릭터 애착 인형을 손에 쥔 어린이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통나무 걷기 체험을 했다.

 

14일 오후 시민들이 용양봉저정공원에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다./ 김현정 기자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뒤로하고 전망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늘전망대에서는 원효대교에서 한강철교, 한강대교, 북한산, 노들섬, 용산역, 남산, 이촌나루, 동작대교까지를 파노라마 뷰로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대포 카메라(대포처럼 긴 망원렌즈가 달린 고성능 카메라)로 노들섬 일대 한강 풍경을 촬영하던 젊은이에게 사진 한 장을 부탁하는 어르신도 보였다. 그는 "뒤에 북한산 보이게 찍어줘요. 한라산이 보이면 안 돼요"라는 싱거운 농담을 던지고는 한쪽 눈을 찡긋했다. 이 말을 들은 주변 사람들이 동시에 빵 터졌다.

 

14일 오후 용양봉저정공원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전망대에서 내려오는 길 좌측에는 'The한강'이라는 동작구 청년카페 1호점이 자리했고, 그 맞은편에는 자물쇠 걸이가 마련됐다. 하트 모양의 자물쇠 위에는 '경제적 자유 이룬다', '저희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시고 언니, 오빠 중간고사도 잘 보게 해주세요! 할머니, 할아버지 오래오래 살게 해주세요!',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하길. 사랑받는 사람 되길', '아빠, 엄마 안 싸우기, 누나가 나 때리지 않기' 등의 한토막 글이 적혀 있었다.

 

◆정조의 효심 엿볼 수 있는 '용양봉저정'

 

14일 오후 용양봉저정을 찾았다./ 김현정 기자

The한강 카페에서 노들역 방향으로 175m(3분 소요)를 더 걸었다. 팔작지붕과 정면 6칸, 측면 2칸으로 이뤄진 '용양봉저정'이 모습을 드러냈다. 용양봉저정은 정조 15년(1791년)에 준공된 행궁(임금이 나들이 때 머물던 별궁)이다.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가 있는 수원 화산의 현륭원을 갈 때 배다리(교각을 세우지 않고 널판을 걸쳐 놓은 나무다리)로 한강을 건넌 후 쉬어가던 노량행궁의 중심건물이다. 왕이 점심을 들었다 해 주정소(조선 시대 임금이 거둥하다가 머물러 낮 수라를 들던 곳)로도 불렸다.

 

지난 14일 오후 용양봉저정 내부를 둘러봤다./ 김현정 기자

용양봉저정 내부에는 정조의 화성행행 반차도를 복제한 전시물이 걸려 있었다. 1700여명의 인물과 근 800필의 말이 담긴 이 그림은 단원 김홍도의 지휘하에 김득신, 이인문, 장한종, 이명규 등 진경 시대 쟁쟁한 화원들이 공동 제작한 작품이다. 말 안 듣는 말을 힘겹게 끌고 가는 모습부터 뒷사람과 장난치는 사람, 긴 나들잇길이 지루한지 하늘을 보며 멍을 때리는 이까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익살스러운 표정이 생생히 묘사됐다.

 

용양봉저정을 관리하는 직원은 "주말에는 문화재 해설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분들이, 평일에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위해 단체로 방문한다"고 귀띔했다. 그는 "예전에 용양봉저정 근처에 살았다가 일본으로 이주해 오랜만에 한국에 온 노부부가 한참을 둘러보고 갔던 게 기억에 남는다"며 "'여기는 그대로네'하며 반가워하다가 '저기는 다 없어졌네'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다 갔는데 관람객들 중 그 둘이 가장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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