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지난 일요일 국회를 통과했다. 여당은 해임건의안에 반발하며 표결 전 집단 퇴장했다.
새 정부 들어 국무위원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건 2개월여 전 박진 외교부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당시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은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는데 여당은 국회의장 사퇴권고안을 내며 맞섰다. 대통령실은 수용하지 않고 즉각 거부 입장을 밝혔다.
이상민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선 윤 대통령은 아예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차례 야당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책임을 물어 이 장관을 해임하라는 요구에 대해 윤 대통령과 이 장관은 사고 수습 처리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이 먼저라며 일축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에게 이 장관 해임을 촉구하면서, 거부할 경우 탄핵 절차에 돌입하겠다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다.
여야 정치권 사이 갈등에 대해 한치의 협의나 타협이 들어갈 공간은 없어보인다.
출범을 반년 넘긴 새 정부와 여야 모두 소통이나 신뢰가 없는 막다른 골목길 정치를 지속하고 있는 모양새다. 문제가 발생하면 먼저 인정하는 법이 없고 오히려 상대 탓만 하기 바쁘다. 문제의 해답을 피해가며 상대방 공격에만 혈안이 돼 있는 모습이다.
대통령 부인 김건희씨의 논문표절 의혹이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청담동 술자리 의혹 등 사실상 명확히 일단락된 문제가 하나도 없다. 국민 여론은 양쪽으로 갈라졌고 경찰 조사와 기소에 이어 법원 판단으로 이어진다. 정치가 끼어들 틈이 없다.
청담동 술자리 의혹의 경우 최소한의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서 문제가 제기됐다. 이에 대한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해명하기보다는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채널을 형사고소하고, 국정감사에서 문제제기한 김의겸 의원에게는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경쟁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정점을 향해 가는 중이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나라 걱정을 해야 할 파트너인 야당 대표는 최측근이 구속되면서 코너에 몰려있는 상태다.
아니나 다를까, 교수들이 선택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과이불개(過而不改)'다. 잘못을 저질러놓고 그것을 고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한다. 잘못이 드러나면 남탓을 하면서 고칠 생각을 안하는 요즘 우리 정치권을 두고 하는 말 같다. 대통령이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그렇다. 사자성어를 추천한 박현모 여주대 교수는 "우리나라 지도층 인사들의 정형화된 언행을 이 말이 잘 보여준다"며 "여당이나 야당 할 것 없이 잘못이 드러나면 '이전 정부는 더 잘못했다' 혹은 '야당 탄압'이라고 말하고 도무지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해결의 실마리는 국정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여느 대통령처럼 윤 대통령 또한 취임하면서 국민 화합과 소통, 협치를 강조했다. 당선인 시절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첫번째로 국민통합과 국민화합, 협치를 꼽았다. 연말 대통령 특별사면 명단에 정치인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국민통합과 화합의 뜻이 이번 특사에서뿐 아니라 정치 현장에서 시작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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