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래없는 3고(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는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3고 사태를 맞은 우리 사회에 불황은 평등하지 않다.
유통업계는 여느 사업보다도 트렌드에 민감하다. 해외에서 어떤 물건이 각광 받으면 2주일 지나기 전 공식 수입 소식이 들린다. 비가 조금 덜 와서, 아니면 많이 와서 이상기후구나 싶으면 곧 폭등한 야채값을 볼 수 있다. 지난해 해외여행 길이 막히자 사람들의 답답한 마음과 분노는 명품 브랜드에서의 분풀이 '보복소비'로 나타났다. 소비 트랜드와 기후환경, 경기 전반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모두 나타나는 게 유통업계다.
요즘 유통업계는 뚜렷하게 양분됐다. 가성비와 초호화 프리미엄으로 나뉘었다. 올해 설 선물세트 트랜드는 '가성비'로 풀이하지만 지난해 설 선물세트 트랜드는 '프리미엄'이었다.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초호화 양주세트가 품절되고 몇백만원에 달하는 선물세트들이 쏟아졌다. 장삼이사들도 명절을 맞아 모처럼 기분을 냈다. 50만원을 넘진 못해도 10만원은 넘는, 예쁜 포장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한 선물세트 매출이 호조를 보였다.
지금은 아니다. 대형마트 등에서는 실속형 선물세트가 전체의 절반 이상까지 늘어났다. '역대 최저가'가 키워드인 상품이 쏟아졌다. 3만원대를 넘지 않는 선물세트 예약이 빗발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백화점에서는 '합리적인 가격의 선물세트를 찾는 이들이 늘 것으로 보인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수십수백만원대 선물세트를 내놨다. 불황은 이렇듯 평등하지 않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하위 소득 20%에 해당하는 1분위 가구는 월 평균소득이 1.0% 줄었지만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가구는 도리어 3.7% 올랐다. 1분위 가구의 필수생계비 비중은 80%에 육박했는데, 보건 지출 비용까지 더하면 지출 비용이 97.1%까지 올랐다. 단순 계산으로 1분위 가구는 5분위 가구보다 2배 이상 더 비싼 라면을 먹고 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연말'이라는 말이 여느 때보다도 절실하다. 명절 선물세트를 주고 받는 이들과 이들로 불황 무서운 줄 모르고 상승하는 매출을 맛 본 유통기업의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위한 작은 손길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 손에서 떠나면 기억에서도 사라질 작은 돈이나마 이웃을 위해 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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