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과 훈수] 위안화 도광양회(韜光養晦)
"중국은 걸프협력회의(GCC)국가로부터 원유와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계속 확대하고 이들과의 무역에서 위안화를 사용하겠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지난 9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중국·걸프 아랍국가협력위원회 정상회의에서 밝힌 연설 요지이다. 중국이 중동 산유국과의 원유 및 가스 등의 교역에 위안화를 사용하겠다는 뜻을 국제사회에 공식 천명한 것이다. 이는 국제 원유시장에서 거래액의 80%이상을 달러화로 결제하는 미국의 '페트로달러' 패권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보여진다.
세계 최대 원유 및 천연가스 수입국인 중국의 노림수는 명약관화하다. 사우디 수출원유의 4분의 1을 가져가는 중국이 달러화대신 위안화로 대금을 지급하면 여타 국가에서도 위안화 결제는 자연스레 늘어날 것이다. 이같은 구도는 위안화가 기축통화로 자리잡는 데 있어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위안화로 원유를 사들인 국가들은 그 위안화로 세계의 공장 중국에서 재화와 서비스를 사들일 수 있어 순환생태계가 자리잡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짚어볼 것이 있다. 중국은 거대하고 복잡한 국가구조만큼이나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와 국가전략의 이행과정이 독특하다. 공산당 중앙 지도부의 핵심이 특정시점에 결정한 통치기조와 하부 정책은 시간이 걸리고 진통을 겪더라도 웬간해서는 흔들리지 않고 집요하게 밀어 붙인다. 1958년 마오쩌둥의 대약진운동부터 1966년의 문화대혁명, 덩샤오핑 이후의 개혁개방, 국제무역기구(WTO)가입, 중국특색사회주의 신시대 전개, 하나의 중국원칙, 일대일로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일당독재의 강고한 의사결정 구조이다 보니 오류에 따른 대형 실패도 있다. 그러나 집단지도체제가 성립된 덩샤오핑시대 개혁개방 이후에는 오류보다 성공과 체제적 장점이 돋보인다.
시 주석이 10여년전 집권하면서 내세운 중국몽의 전략적 과업중 하나인 위안화의 기축통화화 공세도 같은 맥락이어서 쉽게 꺾이지 않을 것 같다. 중국은 2008년 말 위안화의 국제화를 선언했다. 이어 이듬해에는 상하이 등에 위안화무역결제 시범지역을 만들었고 이후 위안화와 비달러 통화의 직거래와 통화스왑으로 영향력을 차츰 키워왔다. 2016년에는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바스켓에 정식 편입하였다. 2015년에는 스위프트의 중국중심판인 국제결제시스템(CIPS)을 출범시켰다. 이때까지는 미국 등 서방세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CIPS는 현재 103개 국가 1280여개 금융회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서방중심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의 1만1000여개 회사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속도는 꾸준하다. 러시아와 인도, 중동국 등이 본격 참여한다면 CIPS의 잠재력은 급격히 커질 수 있다.
중국은 '페트로위안'구상을 오래전부터 차근차근 구체화해 왔다. 수년동안 사우디와 원유거래 결제통화를 달러에서 위안으로 대체하는 협상을 진행해왔고 이번에 공식적으로 결과물을 드러냈다. 시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상하이 석유 및 가스 거래소를 석유 및 가스 무역의 위안화 결제를 수행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며 페트로위안으로 가는데 있어 상당한 체제를 구축했음을 알렸다. 중국은 올초에 러시아와 원유 수입 등에 있어 위안화 결제를 합의한 바 있다. 스위프트가 집계한 작년말 기준 위안화의 국제결제비율은 2.7%로 일본 엔화(2.58%)를 넘어섰고 세계3위 통화 영국 파운드화도 곧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 페트로위안의 확대 행보는 위안화의 기축통화화, 즉 '위안화굴기'이고 종국의 목표는 미국을 넘어서는 글로벌 경제패권국일 것이다. 제조업에 이은 또 하나의 도광양회(韜光養晦,칼빛을 숨긴채 실력을 키움) 축이 그려지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달러와 위안화의 본격 쟁패시대가 도래했는데 이를 안정적으로 헤쳐나갈 여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위안화가 달러화를 곧 대체하지는 않겠지만 달러화의 위상 약화는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전후부터 시작됐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과 공급발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한층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위안화블록에서 자유롭지 못한 한국이 눈앞의 통화전쟁에서 전략적 선택을 어떻게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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