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의 나라' 그리스는 1980년대부터 성행한 포퓰리즘과 전체 고용의 1/4이 될 정도로 공무원이 늘어나며 국가채무가 확대되었다. 그리스 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을 위해 통계를 조작해 GDP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낮추려다가 국제사회의 불신을 사면서 경제도 움츠러들었다. 2008년 국제통화기금(IMF)은 동 기관에서 20년간 근무했던 그리스인 안드레아스 게오르기우를 그리스 통계청장에 임명하도록 주선하여 '그리스 재정의 진실'을 파악하려 했다. 당시 그리스는 EU 국가로부터 재정건전성을 인정받아 구제금융 혜택을 받을 수 있었기에 재정적자 통계는 매우 중요한 잣대였다.
초대 통계청장 게오르기우는 2009년 재정적자 규모를 전년 국내총생산(GDP)의 13.4%보다 늘어난 15.8%로 사실 그대로 발표했다. 유럽연합(EU)이 통계의 진실을 감시하기 위해 만든 엘스타트(ELSTAT)도 게오르기우가 작성한 통계를 인정하였다. 문제는 그리스의 유력인사들이 재정 적자규모를 부풀렸다는 혐의를 씌워 게오르기우를 고발하였다. 그는 "분식회계가 아니라 '분식회계 거절'이라는 죄를 짓고 체포되었다며 황당해 했다. 후진국에서 권력의 말을 듣지 않는 통계 책임자들은 자리보전이 어렵다는 말인가?
눈앞의 국가이익을 위해 가짜통계를 작성하여 국제사회에서 불신을 받아야 하는지? 아니면 사실 그대로를 국민들에게 알려 어려움을 호소하고 단합시켜야 옳은지? 나라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어떠한 경우에도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 전쟁 상황이 아닌 데도 상대를 속이기 위해 통계자료를 허위로 작성한다면 국가 간 신뢰 구축은 상상할 수 없다. 2008년 세계경제위기 이후 극심한 경제난에 처한 그리스는 EU로부터 수차례의 구제 금융을 받고 오늘날까지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 실업률은 2020년 유럽 내 최고 수준으로 18%를 넘어섰다. IMF는 그리스가 유로존 내에서 가장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국가라며,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9.5% 역성장 한 것으로 추산했다. 이 같은 그리스의 어려움은 상환능력을 넘어선 거액의 국가채무에서 비롯되었다. 통계조작이 없었다면 빚을 그렇게 많이 지지 않고 상환도 빨라졌을 게다. 개인이나 기업도 억지로 부채 상환능력을 부풀리다가는 자칫 부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못하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여간,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나라에서 국민들에게 정직하고 열심히 살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
가짜뉴스, 가짜여론이 진실을 왜곡시켜 국민적 판단을 왜곡시키듯이 통계조작은 나침판을 바다에 던져 버리고 먼 바다를 항해하려는 짓거리다. 개인과 기업은 물론 국가도 투명성을 확보해야 비로소 발전할 수 있다. 통계조작이 심해지면 경제적, 정치적 판단을 그르쳐 나라살림은 질곡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각건대, 통계조작은 고대사회에서 절대자인 제사장이 자신의 권위를 높이기 위해 사람들을 속이는 주술행위에 다름 아니다. 어쨌든 한강의 기적을 이뤘다는 나라에서 최근 불거진 '통계 마사지' 파문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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