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침체라는 먹구름이 드리우는 가운데에서도 성장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배터리 관련 업계'다. 미국·중국·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수요가 견고하고 이에 따라 전기차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라는 암초를 만나는 듯해 보였지만 배터리 소재기업과 배터리 제조 기업들의 질주는 그 여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업계에서는 '꿈의 배터리'라고 불리는 전고체 개발에 열을 올리며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기술력 격차를 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전고체'가 뭐길래
전고체는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배터리 업계에서 결코 놓칠 수 없는 개발 분야다. 전고체는 배터리 업계의 '게임체인저'라고 불릴 만큼 기술 격차를 벌릴 수 있는 핵심으로 꼽힌다.
전고체 배터리는 배터리 내에서 음극과 양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리튬이온의 이동통로인 전해질을 액체에서 고체로 바꾼 것을 뜻한다. 현재 실생활에서 사용되는 전기제품의 리튬이온 배터리는 전해질이 액체로 구성돼있다.
그렇다면 전고체 배터리는 왜 '꿈'이라고 여겨질까. 전고체 기술이 확보되면 배터리의 부피와 무게는 줄이면서 충전 용량을 늘려 전기차 주행 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된다.
전기차 주행거리가 늘어나려면 배터리 용량을 높여야 한다는 숙제가 있다.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가 성공하게 된다면 전기차 배터리 안에 들어가는 부품 수가 줄어 부피당 에너지 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배터리 내부의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는 셈이다.
게다가 전고체는 배터리 업계가 늘 안고 있던 문제인 '화재·폭발'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액체 상태의 전해질을 가진 배터리는 온도 변화에 따라 몸체가 부풀거나, 외부 충격에 손상 시 누수로 화재나 폭발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배터리 폭발 사고가 빈번하지는 않지만 배터리가 한 번 불이 붙게 되면 화재 진압에 큰 어려움이 있다는 건 실제로 일어난 사고들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또한 액체전해질을 고체전해질로 변경하게 되면 안정성 향상과 더불어 기존 양극의 물리적 접촉을 막아주는 분리막이 필요하지 않아 배터리의 부피를 절감시킬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분리막은 리튬이온 배터리에는 양극과 음극 사이 접촉을 방지하는 일종의 칸막이 역할을 하며 양극과 음극으로 이뤄진 양극재와 음극재를 분리해 쇼트(합선)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전고체 배터리는 애초에 고체 전해질이 분리막 역할을 대신해 분리막이 따로 없어 사고 위험성도 적어진다.
◆상용화를 위해 달리는 기업들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에 성공한 기업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없다. 모든 배터리 기업이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배터리 기업뿐만 아니라, 소재 기업, 완성차 업체까지 전고체 개발 시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 2026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다.
전고체 개발은 기업 간의 합종연횡으로도 이뤄지고 있다. SK온과 현대차가 투자한 전고체 배터리 업체 솔리드파워가 BMW와 협력하는 것이 그 한 예다. BMW는 솔리드파워 전고체 배터리 설계 및 제조 노하우 라이선스를 획득했다. 2024년 6월까지 2000만달러(약 26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솔리드파워는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및 제조사로, SK온을 비롯 BMW 포드 현대차 등의 투자를 받은 기업이다.
BMW는 독일에 솔리드파워 미국 파일럿 생산시설과 같은 생산라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을 위해서다. 전해질 재료는 솔리드파워가 공급한다. SK온은 5일부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해당 전고체 배터리의 시제품도 선보일 예정이다.
SK온은 2030년까지 상용화 한다는 목표를 밝히며 SK온은 대전 차세대배터리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황화물계·산화물계·고분자계 등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중이다. 특히 SK온은 고체 전해질과 양극 핵심 소재의 설계·합성을 통한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과 셀 수명을 늘리기 위한 리튬 보호층 소재 개발 등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SDI의 경우는 국내 배터리기업 가운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목표 시점을 가장 이른 2027년으로 잡고 있는 기업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전해질 성분에 따라 고분자계와 더욱 고도화한 황화물계로 나뉜다. 삼성SDI는 국내 최초 전고체 배터리 시험생산 라인의 이름을 'S라인'으로 정하고 개발에 착수했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1회 충전 시 주행거리가 900km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의 2배 수준이다.
황화물계 전고체 전지는 공기 중의 수분과 반응해 유독한 황화수소 가스가 생성되는 단점이 있어 이를 막기 위해 내수분성을 높이는 기술 개발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도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전고체 개발 전문 기업 노스볼트, 퀀텀스케이프 등과 손을 잡고 전고체 개발에 나섰다. 폭스바겐그룹은 협력사들과 함께 2030년까지 유럽에 6개의 기가팩토리를 건설해 연간 최대 240GWh(기가와트시)까지 배터리 생산 능력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일본 완성차 업체인 혼다는 제너럴모터스(GM)와 손잡고 장기 프로젝트로 전고체 배터리를 향후 10년 내 실용화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개발 중이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시장은 지난해 2GWh에서 2030년 135GWh로 70배 가까이 확대될 전망으로 기업들의 투자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전고체 배터리를 향한 관심과 투자는 늘어가고 있지만 원자재 가격 폭등과 선진국 주도의 규제 등으로 공급망 위기는 배터리 개발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칠레, 인도네시아,호주 등과 협력해 공급망 확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2025~2030년 안에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바라고는 있지만, 계획대로 안 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은 지속적으로 하되 리튬 이온배터리의 안정성과 기술력을 높이는 작업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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