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굴뚝 사업'으로 사업을 꾸려갔던 석유화학업계가 본격적인 변신을 예고했다. '탈탄소'가 세계적인 과업이 된 가운데, 주요 석화사들이 새해 어려운 시황 속에서도 친환경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석유화학 시장은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중국발 변수'와 '경기침체'라는 불안정 요소들로 쉽지 않은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에틸렌 수요가 가시적으로 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 중심의 공급 과잉 사태가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2023년 산업전망'에서도 올해 석유화학 시장은 경기침체 영향으로 수출과 내수 모두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침체에 따른 전방산업의 수요회복 둔화, 중국의 저성장 등으로 내수와 수출은 각각 전년 대비 0.4%, 0.8% 증가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결국, 글로벌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석유화학의 주요 제품인 에틸렌 수요가 더디게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한 것이다.
이런 고단한 상황 중에도 석화업계는 '친환경'에 중점을 두고 올해도 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석유화학사들의 주요거래처들이 친환경 소재에 대한 기준을 점점 높이고 있어 이에 대한 선제대응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에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구성원에게 보낸 신년 이메일에서 '뉴 그린 포트폴리오' 전환의 가시적이 성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향후 새로운 60년 성장을 위해서는 기업가치 중심의 새로운 경영체계, 즉 '매니지먼트 시스템 2.0'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매니지먼트 시스템 2.0'은 ▲포트폴리오 혁신과 실행 가속화 ▲ESG 경영 내재화 ▲미래 성장을 위한 새로운 경영체계 확립 등 3개 중점 추진 방향으로 실행된다. "기업가치와 연계된 핵심성과지표(KPI) 수립 등을 통해 매니지먼트 시스템 2.0으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이노베이션은 그린 포트폴리오 디자이너&디벨로퍼(Designer & Developer)로서 전기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위한 청정에너지 생산, 리사이클 밸류체인 구축을 통한 폐배터리 재활용(BMR:Battery Metal Recycle) 사업 확장 등을 통해 '뉴 그린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LG화학의 신학철 부회장도 '2050년 넷 제로(Net-zero)'라는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는 동시에 기후 변화 대응에 앞장설 것을 주문했다. LG화학은 친환경 지속가능 사업 전략을 구체화하고, 블루수소 공장 투자 등 미래 변화를 위한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석유화학사업 본부 산하에 '글로벌사업 재생에너지개발팀'을 신설해 전 사업장에 대한 재생에너지 전환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는 중이다.
롯데케미칼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CCU)에 주력한다. 지난해 2030년 연 50만t, 2050년 연 260만t 이상의 CCU를 계획하고, 이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전남 여수1공장에서 CCU 실증 작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플라스틱 생애 주기에서 발생하는 탄소 저감을 위해 2030년까지 100만톤 규모의 재활용 제품을 생산한다는 복안을 내놨다.
김교현 롯데케미칼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수소' 중심 발전도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국내 수소 시장은 발전소 수요와 연료전지 및 모빌리티 중심으로 2030년 580만t 규모로 성장할 예정"이라며 "롯데케미칼은 이 중 120만t의 친환경 블루 및 그린 수소를 암모니아 형태로 국내에 도입하는 것을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 플라스틱 열분해 납사, ABS·PC·PP 등 폴리머 제품의 리사이클사업 확대를 통해 석유화학의 지속 가능 이니셔티브를 확보해 달라"고 구성원들에게 주문했다.
금호석유화학도 합성고무·NB라텍스 기술과 생산능력을 고도화하고 전략 제품의 친환경 전환도 추진한다. 의료용 니트릴 장갑 원료인 합성고무 NB라텍스의 친환경성을 강화하기 위해 천연 소재를 원료로 사용하는 NB라텍스에 대한 연구와 생분해성 NB라텍스를 개발 중이다. 자원 선순환 달성을 위한 폐플라스틱 재활용도 추진한다. 폐폴리스티렌(폐PS)를 열분해한 재활용스티렌(RSM) 제조 사업과 RSM을 고기능성 합성고무 SSBR에 적용시킨 에코-SSBR을 2025년까지 상용화할 예정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도 신년사에서 "사업 체질 개선 및 원가 절감 등 내실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한 금액에 비에서는 바로 성과가 드러나는 대목은 아니기에 갑갑할 수는 있다"면서도 "석유화학사들의 친환경 기조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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