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태릉 화랑대에 있는 '지인용(智仁勇) 탑' 아래서 사진을 찍으면서 군인은 지략을 닦아 인화단결 하여 용감하게 싸워야 승리한다는 의미라고 여겼다. 나중에 논어를 읽으면서 "지혜로운 자는 의혹하지 않고, 어진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맹한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논어, 자한 28)."는 구절을 보고 가슴에 새기고 싶었다.
"지혜가 사리를 충분히 밝힐 수 있기에 의혹하지 않고, 어짊이 욕심을 이겨내니 근심이 없고, 기개가 도리에 어긋나지 않기에 두렵지 않다."는 뜻이렷다.
지인용은 후대에 중용에서 재조명하여 설명하고 있다. 배우기를 좋아함은 깨달음(知)에 가깝고, 힘써 베풂은 어짊(仁)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깨닫는 일은 용기(勇)에 가깝다(好學近呼知 力行近呼仁 知恥近呼勇. 中庸20)고 하였다. 사람이 부끄러움을 깨달음은 도덕성 바탕과 용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현실세계에서는 진실이 무엇인지를 밝히기보다 숨기는 일이 능력이라 여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으로서 도리인지를 생각하지 않으니 남다른 입신양명이 내면세계에서는 오히려 오욕이 되어 어려워하는 경우를 엿보게 된다. 자신의 부끄러운 행동을 깨닫지 못하고 괴성을 질러 상대방 잘못으로 덤터기 씌우려는 꼬락서니를 용기라고 착각하는 걸까?
미래의 대한 고귀한 희망을 가져야 할 젊은이들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겉은 태연할지 몰라도 내면세계는 상처투성이가 되어 그 인생은 결국 멍들 수밖에 없다. 만용과 용기를 구분하지 못하면 상대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자신까지 결국 바보를 만들고 만다. 덧칠하고 위장하는데 진력하다보면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결국 거짓의 노예가 되어 부끄러움을 외면하고 지나친다. 사람으로 태어나서 부끄러움을 모르는데 어찌 용기를 말할 수 있겠는가?
자기 스스로의 생각과 다른 말을 내뱉어야 한다면 '생각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 꼴이 된다. 옳다고 생각하는 말을 똑바로 못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의 미래를 어찌 기대하겠는가? "싹이 났으나 꽃이 피지 못하는 경우도 있고, 꽃은 피었으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苗而不秀者有矣夫 秀而不實者有矣夫. 논어, 자한 21)"는 말이 있다. 세상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더라도 인간의 도리를 지키려 노력하면 된다는 이야기 아닐까?
죄의식과 수치심을 잃지 않으려면 번민할 때도 있지만 바른 길을 가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잃지 말라는 뜻일 게다. 반백년 더 너머 본 '지인용'탑은 군인의 길을 가려 할 때는 번쩍이는 별을 달려는 목표보다 먼저 참 군인이 되려는 다짐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누군가 강조했을 게다. 경제성장과 발전도 과정을 중시해야 탄탄해져 대외적 위험과 불확실성을 스스로 극복할 수 있다.
공자는 진정한 "용기란 어려운 일을 먼저하고 나중에 이익을 취하는 자세다"라고 덧붙였다. 모든 사람들이 다 일등이 되려고만 욕심을 내다보면 세상은 엉망이 되고 진창이 된다. 멀리 미국 미시간에서 운 좋게 중국인 서예가를 만나 '지인용 12자'를 써 달라 했더니 그도 의외라는 모습이었다. 휘호를 받아 간직했다가 친구에게 주면서 지인용을 실천해야만 한다고 하며 서로 웃었다. '지인용'은 비록 제대로 실천하기는 어렵지만, 옳다고 여기면서 지향하는 자세만 가져도 '진짜 수지맞는 장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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