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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난 서울] (128) 꽃과 불 피는 강서구 '개화근린공원'

지난 23일 오후 개화공원 하늘길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서구 방화동, 개화동 일대 모습./ 김현정 기자

서울 강서구 개화동 산17에는 한강 전망이 빼어난 개화공원이 자리했다. 이곳은 개화산에 있는 숲이 울창한 공원이다. 개화공원에서는 약사사와 미타사라는 2개의 사찰과 한국 전쟁 때 장렬히 산화한 호국 영령을 추모하는 '호국충혼 위령비', 풍산심씨 문정공파 묘역, 봉수대 등을 탐방할 수 있다.

 

◆봉수대부터 산악기상 관측장비까지 '타임머신 여행'

 

설 다음날인 23일 오후 개화공원을 찾았다. 서울 지하철 5호선 방화역 3번 출구로 나와 방원중학교 방향으로 약 483m(8분 소요)를 걸어 공원에 도착했다. 파란색 끈으로 명패를 달아놓은 느티나무가 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을 맞이했다. '야생동물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를 지나 낙엽이 수북이 쌓인 숲길로 들어섰다. 나무계단 왼쪽 끝에 밤송이 몇 개가 놓여 있길래 알밤이 들었나 궁금해 양발로 까봤더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23일 오후 어르신들이 개화공원 하늘길 전망대에서 김포 국제공항쪽을 바라보고 있다./ 김현정 기자

밤송이를 까면서 산길을 올랐더니 '하늘길 전망대'가 나왔다. 강서구 방화동~개화동 일대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가장 왼쪽에는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김포공항이, 1시 방향에는 계양산이, 오른쪽에는 9호선 개화역이 파노라마 풍경으로 펼쳐졌다. 이날 개화산을 등산하던 어르신들은 비행기가 하늘을 향해 솟아오르는 모습을 한참 동안 구경하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하늘길 전망대를 지나 개화산 둘레길을 따라가다가 유럽 중세 기사의 투구처럼 생긴 '봉수대'를 발견했다. 개화산 봉수대는 서해로 빠지는 한강 서부와 서울을 잇는 중요한 군사적 요충지였던 조선시대의 봉수대다. 조선 전기 대표적인 관찬 지리서인 '신중동국여지승람 제10권'에는 "개화산봉수는 동쪽으로 남산 제5봉과 응하고, 서쪽으로는 김포현 북성산과 응한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개화산 봉수대./ 김현정 기자

강서구는 "한강 건너 행주산성이 있기 때문에 임진왜란 당시에는 군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곳으로 여겨진다"면서 "만일 남해안에 왜구가 쳐들어온다면 전남 순천에서 봉화가 시작돼 서해안과 강화도를 거쳐 김포에 봉화가 올라오고, 이곳 개화산에서 남산(목멱산) 제5봉수대로 신호를 보내 병조에 정보가 종합 보고된다. 병조에서는 매일 새벽 승정원에 알려 국가의 긴급한 상황을 임금에게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개화산 봉수대는 현 위치에서 약 250여m 떨어진 육군 제9175부대에 봉수대 터임을 나타내는 표지석으로만 남아 있었다. 강서구는 개화산 봉수대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화유적임을 알리기 위해 지난 2013년 산 정상 인근에 높이 2m, 둘레 4m 크기의 봉수대 모형을 설치했다.

 

개화산에 설치된 산악기상 관측장비./ 김현정 기자

봉수대에서 개화산 정상 방향으로 가면 태양광 패널을 보면대에 펼쳐놓은 듯한 생김새를 한 '산악기상 관측장비'를 볼 수 있다. 이 장비는 산림재해방지를 목적으로 산림지역의 기후변화를 관측하기 위해 산림청에서 설치한 것이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산악기상 관측장비로 기온·습도·풍향·풍속·강우량·기압·지면온도 등을 측정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산악날씨를 제공한다고 한다.

 

개화산 정상에는 6·25전쟁 때 개화산 전투가 발생한 이후 장기간 군부대 훈련장으로 사용되던 곳에서 공원으로 재탄생한 공간이 있다. 강서구는 주민들에게 휴식 공간을 되돌려주고자 한국공항공사, 육군 제5531부대 등과 함께 민·관·군 합동으로 위협감을 주던 방공호 같은 군사시설을 철거한 후 생태복원사업을 벌여 공원을 조성했다고 덧붙였다.

 

◆절 품은 공원

 

23일 오후 개화공원에 있는 약사사 대웅전을 방문했다./ 김현정 기자

개화공원의 가장 큰 볼거리는 석불입상이 있는 미타사와 약사사다. 23일 오후 고려 후기 창건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약사사를 방문했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약사사는 주룡산에 자리했다. 조선 후기 작성된 '양천읍지'에는 신라 시대 주룡이라는 도인이 이 산에 머물렀다 해 주룡산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나와 있다. 주룡 선생이 세상을 떠난 후 기이한 꽃 한 송이가 피어 사람들은 이 산을 개화산(開花山)으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산명의 유래와 관련해서는 봉화를 받는 산이라 해 개화산(開火山)으로 일컬어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1737년 송인명이 개화사(開花寺)에서 공부하고 재상이 돼 그 인연으로 절을 중수했다. 이 절은 냉천이 있어 병자가 목욕을 하면 오랜 병도 낫는 약수터라고 해 순조 이후엔 약사사로 불렸다.

 

지난 23일 오후 한 시민이 약사사 삼층석탑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고 있다./ 김현정 기자

약사사 중앙에는 일층 기단과 삼층 탑신으로 구성된 독특한 형태의 석탑이 있다. 사람들은 두손을 합장하고 약사사 삼층석탑을 돌며 소원을 빌었다. 삼층석탑 앞에는 정면 5칸, 측면 2칸 규모로 다포계 팔각지붕에 청기와를 이고 있는 대웅전이 자리했다. 대웅전 안에는 긴 타원형 얼굴에 눈과 코가 크고, 입이 작은 석불입상이 모셔졌다.

 

약사사 석불입상 모습./ 김현정 기자

약사사 곳곳에 마련된 불전함 안에는 소원을 적은 종이가 붙은 촛불이 켜져 있었다. 사람들은 종이 위에 사업 번창, 건강 성취, 가족 화목 등의 문구를 적어 넣었다.

 

약사사 입구에 있는 안내 푯말에는 "법당에 봉안된 석불은 영험이 있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면 병이 치유되고 소원을 성취한다고 해 향화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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