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백설공주', '헨젤과 그레텔' 등을 쓴 19세기 독일 유명 동화작가 그림 형제의 또 다른 동화 '노인과 손자'에는 이렇게 시작하는 이야기가 있다. 노인은 갈수록 쇠약해져서 수프를 흘리고 그릇을 떨어뜨려 깨곤 했다. 아들 부부는 노인을 구석 자리로 쫓아내고 나무 그릇에 음식을 줬다. 어느 날 네 살 손자가 나무를 주워왔길래 아들 부부가 물었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여물통 만들려고. 나중에 크면 엄마 아빠 음식 담아 드리려구…".
서울시는 10일 공청회 등을 거쳐 4월 말까지 지하철 요금을 300~400원 올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021년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지하철 총 적자(9644억원) 중 노인 무임승차 손실(2784억원)이 전체의 30%에 머물렀지만 지난해에는 적자 추정액 6300억원 중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이 3152억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해 요금 인상을 더 미루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는 1984년부터 노인 무임승차 제도를 도입했고, 다른 도시의 도시철도도 1991년부터 이를 시행해 오고 있다. 1980년 70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50% 할인을 제공하다가 1984년 지하철 2호선 개통 때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로 그 혜택이 65세 이상 노인, 100% 할인으로 확대됐다. 이후 국가 유공자, 장애인, 독립 유공자, 5·18 유공자, 특수임무 유공자 등이 대상자에 추가됐다. 그때는 무임승차 논란이 안됐지만 인구 구조가 바뀌고 지하철 운영이 정부 소관에서 지자체로 옮겨지면서 무임승차 손실이 감내할 수준을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65세 이상의 비율은 1984년 당시만 해도 전체 인구에서 3.9%에 불과했으나 2022년에는 18%(926만7290명)까지 늘었다. 그만큼 무임승차 대상자가 크게 늘었다. 무임승차 인원은 2017년 이후 한해 2억명 안팎에 달하고 있다.
1980년대 도입된 무임승차 제도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국민 누구도 이견을 제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시대가 바뀐 만큼 현실에 맞게 대상, 할인율, 이용 시간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세계적으로 우리 정도의 혜택을 주는 나라는 없다고 한다. 독일과 호주는 할인율이 50%이고, 일본과 프랑스는 소득 수준별로 할인율을 차등화하고 있으며, 영국은 출퇴근 시간대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무임승차가 적자의 주 요인이라고 하는 것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간단히 생각을 해봐도 어차피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운행되는 지하철에 노인들이 더 탔다고 해서 적자가 크게 늘어났다는 것은 억지 핑계라 할 수 있다.
회계상으로 보더라도 무임승차 손실은 실제로 생긴 손실은 아니다. 그냥 받지 못한 요금을 만약에 받았다면 이 정도 들어왔을 것이다라는 기대 수익을 뜻할 뿐이다. 무임승차 비용은 무임승차 인원에 1350원을 곱해 계산된다. 승객 1명을 태우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그만큼이라고 추정한 것이다.
사실 지하철 적자 즉, 당기순손실은 인건비와 전력비가 주된 원인이다. 지하철 공사의 인력 수준은 매출 규모나 업무 대비 과다하다는 지적이 많음에도 불구 2017년 1만7315명에서 2021년 1만6618명으로 4% 감축되는 데 그쳤다. 인건비는 한해 1조원을 넘기고 있다. 지하철 공사가 요금을 올리고 유료 탑승 인원이 늘어난다고 해도 인력을 구조조정하지 않으면 이익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지하철공사가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해도 부족한 상황에서 적자 경영을 노인들 탓으로 돌리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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