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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집값의 정상화는 무슨 뜻일까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A와 B는 친구 사이였다. 둘의 경제적 형편은 시작부터 사뭇 달랐다. 평범한 직장인인 A는 취직, 결혼과 동시에 대출을 받아서 서울 변두리에 3억원 짜리 낡은 아파트를 간신히 마련했다. 그에 반해 B는 적잖은 규모의 자영업을 운영하고 부모님으로부터 도움도 받아서 강남의 아파트를 10억원에 마련했다. 오래된 이야기는 아니다. 불과 수년, 대통령의 임기가 한번 남짓 지날 만한 기간의 이야기이다.

 

출발점이 엄연히 달랐지만 친구 사이에 위화감은 크지 않았다. 둘 다 아직 젊었고 시작이 어떠했든 남은 생을 살아갈 방향성이 중요했기에 당연히 서로의 차이를 인정했다. 문제는 그 직후에 닥쳐온 집값 폭등 시기였다. 불과 몇 달 사이 거래가 절멸했고 수요는 과장되었다. 그 후 연달아 다른 법안이 발표되었고 세상이 달라졌다.

 

A의 낡은 3억짜리 아파트는 짧은 기간 동안 12억이 되었다. 그에 반해 각종 규제의 표적이 되었던 강남의 10억짜리 집은 최고가 24억을 찍었다. 상승률은 달라도 싼집과 비싼집이 동시에 오르자 두 친구의 상대적 위상에도 변화가 생겼다.

 

당초 3억과 10억의 차이는 컸었다. 그러나 12억과 24억의 차이는 두 배의 차이임에도 묘하게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물론 A에게 그 12억짜리 집은 그가 가진 전부였고 그마저도 아직 대출금이 남아있었지만, 그럼에도 집값이 주는 상징적인 효과가 있었다.

 

그 즈음 분기별로 발표되는 '평균 상승율'을 비웃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내 주변의 모든 단지 모든 아파트가 '평균'을 뛰어넘는 기이한 현상 속에서 세금을 올리던 정부조차 예뻐 보이는 나날이었다. A의 자부심도 매일 최고점을 경신해 갔다. 그들 사이에 당초 존재했던 경제적 차이는 조금씩 허물어졌다.

 

그러나 파티는 길지 않았다. 정권이 바뀌고 집값이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더 많이, 더 나중에 오른 곳일수록 그 하락이 가팔랐다. 한바탕 시장이 곤두박질 친 뒤 A의 집값은 실거래가 5억원대까지 내려갔다. 물론 당초 매입가격을 고려하면 A는 여전히 큰 이득을 본 셈이다. 그 기간에 어느 예금상품이 안정적으로 연 10%의 복리이자를 지급했겠는가?

 

만일 A가 여전히 무주택자였다면 그 조차도 요원했을 것이나 그의 열패감은 무주택자들보다 심각했다. 같은 기간에 역시 하락한 B의 강남 집값은 20억 안팎이었다. 그 둘의 격차는 과거에 각각 3억과 10억이었을 때보다 더 벌어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점은 불과 몇 년의 비정상적인 시간 동안 A와 B는 서로의 차이를 잠시 잊었던 것이다.

 

오히려 B는 상대적으로 편했다. 그에게는 강남 아파트만이 자산의 전부가 아니었을 뿐더러 집값이 최고점을 찍었을 때에도 보유세에 대한 부담이 늘 함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A는 달랐다. 그는 자신의 삶의 어느 지점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채, 친구인 A도, 과거의 정부도, 지금의 정부도, 그 때나 지금이나 힘든 무주택자들까지도 모두 적으로 느껴졌다.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는 비슷한 사회적 분노가 퍼졌다. A가 다시금 자기 삶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그 짧은 환상이 깨진 후 찾아온 박탈감을 떨쳐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 오랜 세월 이어지는 완만한 우상향 그래프였다면, 짧은 부동산 폭등기는 그 한복판에 높게 솟은 낙타의 혹과도 같다. 시장을 넓게 멀리 볼수록 그 낙타의 혹은 신경 쓸 필요가 없어진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는 언제나 단기간의 등락에 연연한다. 그 혹의 꼭대기를 정상가격로 기억하고 있는 한 스스로의 자산 관리에서도 판단력을 잃게 되는 것이다.

 

우리에게 양극화가 없었던 시대가 있었던가? 경제적 계층의 존재는 자연스러운 현실이고 모두를 위해서 이를 인정해야 한다. 그 와중에도 부동산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집값의 정상화를 기다린다. 그들이 말하는 정상화는 정상(正常)일까? 혹은 정상(頂上)일까? /이수준 로이에 아시아컨설턴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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