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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실효성 없는 김영란법 이참에 없애자

이정희 대기자.

얼마전 한 기업체 홍보 담당자와 만났더니 "시행 초반에야 시범 케이스로 걸릴까 봐 다들 조심했지만 솔직히 요즘 누가 3만원 따지면서 밥을 먹느냐"며 "밥값이 3만원 넘으면 식사 인원을 부풀리는 식으로 꼼수를 동원한 지 오래됐다"고 털어놨다.

 

서울 시내 음식점 사장님도 "식재료값과 인건비가 폭등해 음식값도 많이 올라가기도 했지만 거기에 따라가는 맥주나 소주 같은 음료값을 고려하면 1인당 3만원은 지켜질 수 없는게 현실"이라고 했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다. 그 사이 물가는 오르는데 법은 그대로인 탓에 식사비 한도를 어기는 경우가 많고, '요즘 누가 경조사비를 5만원만 내느냐'는 푸념도 쏟아진다. 명절이면 소비 활성화 대책으로 '김영란법'이 동원되는 것도 기형적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최근 정부는 내수 진작 차원에서 식사비 기준을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간 농수산물에 대해서는 기준이 조정된 적이 있었으나 식사비는 한 번도 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고려됐다.

 

부정청탁 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은 2016년 9월 2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법안은 당초 공직자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제안됐지만 입법 과정에서 적용 대상이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 등으로까지 확대됐다. '김영란법'을 적용받는 공직자·언론인·사립학교 교직원 등 대상자들에 대해 3만원 이상의 식사 대접을 받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식사비 외에는 축의금과 조의금이 5만원, 화환과 조화가 10만원, 선물은 5만원 등으로 상한선을 제한하고 있다. 농수산물 선물은 2017년 개정을 통해 10만원으로 예외를 뒀다. 또 2020년과 2021년에는 설과 추석 명절 기간에만 농수산물 선물 가액 범위를 20만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김영란법'의 도입 목적은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 수행'과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 확보'(제1조)였지만 법의 파급 효과가 공직자·공직기관의 범위를 훨씬 넘어서서 전 국민의 생활상을 바꾸어 놓았다. 불필요한 접대문화, 인식개선, 기업의 접대비 지출 감소 등의 순기능도 있었지만 법망을 피하는 수법이 진화하는 등 편법과 꼼수가 만연해 실효성 없는 법이 아니냐는 시각이 적지않다. 큰 도둑은 못잡기에 공직 사회의 청렴성을 보장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당장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 접대를 받은 검사들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가짜 수산업자로부터 향응과 금품을 받은 현직 검사와 박영수 특검 사건, 곽상도 전 의원 아들 50억원 퇴직금 등이 대표적이다.

 

누군가 신고하지 않으면 걸릴 일이 없다는 점에서 무용론도 만만치 않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김영란법' 적용 대상은 251만여 명에 이르지만 2021년 제재 처분을 받은 공직자는 321명에 불과했다. 위반 신고 건수도 2018년 4386건에서 2020년 이후 연간 1000건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김영란법'을 유지하면 물가 상승으로 식사비가 오를 때마다 정부가 식사비 기준을 변경하는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청탁과 뇌물을 받은 공직자는 뇌물죄로 처벌해 부정부패를 막자는 법의 취지는 살리고, 실효성 떨어진 '김영란법'은 이참에 없애는 것이 맞다고 본다.

 

김홍식 작가의 '자존감 산문집'에 나오는 "필요없는 담은 세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 세워져 있는 담이 필요 없을 때는 빨리 허무는 것이 넓은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비결"이라는 글귀가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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