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어울리느냐에 따라 '마음의 온도"만이 아니라 '생각의 지도'도 크게 달라진다.
어릴 적 읽은 동화 '빨강머리 앤'에는 도시로 진학하는 고아 앤에게 사려 깊은 양모는 "인연을 함부로 맺지 말라"고 당부한다. 잘못된 만남을 갖다보면 정작 큰 인연이 올 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충고다. 착한 심성을 가졌다 하더라도 이리저리 휩쓸리다보면 타락한 인생항로를 가다 뒤늦게 후회해도 소용없다.
오늘날 선악이 뒤바뀌는 패거리 행각이 판치는 사회에서 잘못 하다가는 커넥션에 갇혀 남의 인생을 살게 된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는다"는 속담이 실제 상황으로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불가에서는 인생을 당당하게 항해하는 자세를 간단명료하게 설파한다. "어질고 착한 행동을 하며 바르고 굳센 동무를 만나 짝하면,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마침내 편안하고 즐거울 게다.(若得賢能伴 俱行行善悍, 能伏諸所聞 至到不失意. 법구경. 제23 象唯品. 328)고 하였다. 그러면서 "함께 어울려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고 차라리 혼자서 선을 행하라, 놀란 코끼리가 제 몸을 보호하듯 홀로 악을 피해가라."(寧獨行爲善 不與愚爲侶 獨而不爲惡 如象驚自護(위. 330)고 하였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자기를 이해하고 신뢰해주는 벗을 만나 같이 길을 걸으면 커다란 행운이다. 신실한 친구를 만나지 못하면 홀로 가야지 아무하고나 동무하다가는 피곤해진다는 경고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고, 돼지에게 진주를 던져 주지 말라. 그 놈들이 그것을 밟고 돌아서서 너희에게 덤벼들까 두렵다."(마태복음, 7장 6)고 경고하였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베풀려는 사람에게 잘못이 있을까? 아니면 따뜻한 정을 받고도 덤벼드는 '개'에게 잘못이 있을까? 가까이 하면 오히려 무시하려들고 멀리하면 원한을 사면서 시시각각 변해하는 무항배(無恒輩)와 같이 놀다가는 생각지 못한 봉변을 당하게 된다. 그에 대한 명쾌한 답은 "미련한 자의 귀에 대고 아무 말도 하지 마라, 그가 너의 지혜로운 말을 업신여길 뿐이다."(잠언, 23장 9절)라는 성경 구절에 있다.
자신을 신뢰하는 이에게 보답하고 조그맣더라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본능이다. 사마천이 사기에서 수차례 반복하여 강조하는 바와 같이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사람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단장한다(士爲知己者死, 女爲說己者容, 史記, 刺客列傳, 豫讓)."고 했다. 어려울 때 자신을 보살펴준 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말라는 뜻이다. 물론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서 끝까지 헌신하기란 쉽지 않다. 보통 때는 이해관계를 따지기도 하지만 감동을 받으면 이 세상 명리를 뿌리치고 순결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위대한 존재'가 바로 '생각하는 갈대'가 아니겠는가?
선악과 시비를 가리기 어려운 세태에서 참된 사람을 만나 신뢰하고 존경할 기회를 쥐게 되면 정녕 행운이다. 반대로 욕심과 시기심 많은 자에게 함부로 마음을 열다가는 상처를 입기 쉽다."마음이 너그럽고 두터운 사람은 따뜻한 봄바람처럼 만물에 생명을 불어넣는다.(念頭寬厚的 如春風煦育 萬物遭之而生. 채근담 4부)고 하였다. 반대로 질투가 많고 인정이 없는 사람은 북녘 땅 차가운 눈처럼 만물을 얼어붙게 만든다.(念頭忌刻的 如朔雪陰凝 萬物 遭之而死)"고 하였다. 세상은 베풀 줄도 알고 감사할 줄 아는 사람들이 더 많기에 점점 발전해 간다.
물론, 자신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좋은 벗을 만나려면 자신부터 좋은 친구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만물이 생동하는 초봄에 "내가 알아주는 사람이 나를 알아주고,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내가 알아주면, 지초난초 향기 되어 멀리 멀리 퍼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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