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업계는 오는 10일 심의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석대법' 시행이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법) 시행령 개정안'이 언급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지난 2009년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추진된 바 있지만 규제개혁위원회에 막혀서 도입되지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석유업계가 반대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가격 공개 자체가 '담합'의 소지를 키울 수 있다는 게 주요 골자다. 이미 정유사들은 제품 대상별, 업체별 전국 단위로 유가 평균 공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지역 단위까지 공개하게 되고 시장 지배력이 강한 정유사 위주로 가격 치킨 게임을 하게 될 가능성도 농후하다. 치킨 게임 후에는 경쟁에 패배한 주유소들이 문을 닫게 되고, 결국 남은 주유소들이 다시 '암묵적인 가격 올리기 담합'에 들어간다면 겉보기에는 투명성이 확보된 것 같지만,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정유사들은 제품 가격을 책정 시 국제 유가에 따라서 운송비, 저유비, 품질보정비 등만 붙여 팔기에 제품가를 더는 낮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한국은 OECD 국가 중 세금 비중이 높은 국가 상위 10위 그룹 안에 들어가는데 가격은 낮은 수준"이라며 "그만큼 국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기에 제품 마진을 최대한 붙이지 않으면서 공급이 멈추지 않도록 노력하는 일도 정유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정유사들은 '국가와 시민은 어려운데 정유사만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수출 효자'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2022년도 국내 정유사의 석유제품 수출액은 570억3700만달러(한화 약 73조7400억원)로 집계돼 기존 최고치인 2012년 532억51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이 말인 즉슨, 정유사들은 업이기에 손해 보는 장사를 할 이유가 없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국내에 팔 기름을 수출할 때 수익에 유리하다면 그편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비싼 주유소는 안 가면 되지'라는 생각을 하는 소비자들이 있을 수 있지만, 도매가를 공개하면 '싼 주유소가 '생기는 게 아니라 '비싼 주유소'마저 귀해질 수 있다.
서민 경제를 생각해야 하는 게 정부의 일이지만, 그 방향이 오히려 시장 경제를 망가뜨려 서민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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