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시장경제'란 말은 중국에서 개혁개방의 고삐를 되잡던 1992년 10월 중국공산당 제 14차 대표대회에서 처음 등장했다. 중국 헌법에도 명시된 이 개념에 대해 우리들은 아직도 낯설다. 증국은 헌법보다 상위에 있는 중국 공산당 당헌(당정)에 마르크스레닌주의를 가장 앞에 명기하며 사회주의와 계획경제를 신봉하며 자본주의 혹은 시장경제 진영과 맞서고 있는 체제이다.
그런데 사회주의 공유제와 상치되는 '웬 시장경제'일까 하는 의문이 있겠지만 이 개념은 사실상 미국에 맞서는 현 중국을 이해하는데 있어 키워드이다.
용어적으로는 사회주의 기본제도를 기초로 정부의 거시적인 조절 아래, 시장 메커니즘을 가미해 사회자원의 효율적, 합리적 배분을 지향한다는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시진핑 체제 이후 10여년의 중국을 보면서 우리는 이 개념을 좀더 이해하게 됐을 것이다. 특히 몇 년전부터 전면에 등장한 '공동부유'라는 아젠다를 보면 더욱 실체를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다함께 잘 살자'는 국가적 슬로건으로 이어져 빅테크기업 (대형 정보기술기업), 사교육, 부동산 등 빅2 경제의 견인차였던 민간 경제의 대형 주체들을 규제와 간섭의 사슬에 옭아맸다.
고도성장기에 중국정부로부터 칙사대접을 받았던 외자기업도 예외가 없는 형국까지 이르렀다. 급증하는 노동비용 외에 암묵적 장벽, 비효율적 재산권 보호, 다중적 법집행 구조 등에 삼성과 애플, 도시바, 마이크로소프트 등 초국적 기업들은 줄줄이 중국을 떠났거나 채비중이다. 표면적으로는 공정경쟁을 제한하는 제도적 장애를 타파하고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민영기업의 재산권과 기업가 권익을 보호한다고 천명하지만 받아들이는 기업들은 곧이 곧대로 듣지 않는 모습이다.
지금 바이든의 미국 정부가 시행할 반도체 지원법의 전제조건이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에 대해 반도체 생산시설 접근 허용, 예상 초과이익 환수, 10년간 중국 투자금지 등의 조건을 내걸었다. 고용, 보육, 노동 분야에서도 기업에 황당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의 기밀 누설, 자유로운 투자 및 경영활동 제약, 영업비밀 노출 등을 초래할 수 있는 이들 독소조항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삼성전자의 경기도 평택공장을 방문해 K-반도체가 세계 최고라고 추켜세우고 국내 반도체기업의 미국투자를 당부하던 모습과는 판이한 양상이다. 미국에 수십조원을 투자하는 장기프로젝트에 이미 착수한 우리 기업은 세계최대 중국시장에서의 경쟁력 상실까지 감수해야 할 판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조차 지난달 28일자 사설에서 "미 정부가 실패한 법안에 담겼던 많은 사회정책들을 이행하기 위해 반도체 보조금을 쓰고 있다"며 기업보조금을 통해 보육, 노동, 고용에서 외국기업들에 과도하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맹주인 미국에서 벌어지는 '중국스런' 현상은 해를 거듭할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핵심산업의 공급망을 자국에 유치하려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때문에 국내 산업계가 홍역을 겪고 있다. 이는 자칫 국내 첨단산업 생태계를 공동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은 애초부터 대놓고 공공의 민간 간섭과 공유를 내걸었지만 중국 견제의 명분 뒤에 숨은 미국의 자국우선주의는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을 모방하는 상황이다. 빅2의 틈바구니에서 미래산업의 생존 전략을 전면적으로 바꿔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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