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오는 23일 국회 통과가 유력하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7일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으나, 당일 김진표 국회의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전제된 입법을 할 수 없다면서 여야 합의 이후 표결을 주문했다. 김 의장은 한 번 더 여야가 협상을 하고,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추후 열리는 첫번째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겠다고 했다.
이날 개정안은 국회의장의 수정 제안을 받아 정부의 쌀 의무매입 재량권을 확대한 수정안이었다. 당초 법안은 쌀 초과 생산량이 3% 이상, 전년 대비 쌀값 하락이 5% 이상일 경우 의무매입토록 했으나, 수정안은 초과 생산량은 3~5%로, 가격 하락 폭은 5~8%로 의무매입 기준을 완화키로 했다. 정부와 지자체의 쌀 의무매입 재량권을 넓혀준 것이다.
여야가 추가 협상을 하더라도 법안의 골자인 쌀 의무매입이 그대로 들어간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여당이 법안을 반대하는 본질적 이유는 정부의 의무매입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쌀 값 하락의 근본 문제가 공급 과잉인데, 의무매입은 이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농가에서도 쌀 공급이 증가해 쌀 값이 떨어진다고 해도 정부가 매입해주니 벼 농사를 줄일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로 볼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쌀 의무매입 제도화는 본질적 문제를 악화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3월 본회의까지 계속 협의해보고 처리가 되면 별도의 장관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효과 분석' 자료를 보면, 양곡관리법 개정안 시행시 오히려 쌀 과잉 규모가 증가하면서 쌀 가격은 떨어지고, 2030년 의무매입 비용은 1조4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바 있다. 지금도 매년 쌀 수급관리에 드는 예산이 1조303억원 규모로 지난해 농업예산의 약 6.1%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쌀 수급 관리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쌀 적정 생산대책을 마련해 추진키로 했다. 전략작물 직불금 1121억원을 주력으로 지자체와 벼 재배면적 감축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벼 재배면적을 전년 대비 3만7000헥타르(ha) 줄인 69만헥타르 수준으로 감축키로 했다. 이를 달성할 경우 수확기 산지 쌀값은 약 5% 오르고, 격리 비용은 4400억원 절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콩이나 하계조사료 등 타작물과 가공용 가루쌀 생산을 확대해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양곡관리법을 도입해 쌀 의무매입을 하지 않더라도 쌀 수급 안정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쌀 의무매입이 제도화하면 수혜자는 벼 농가인데, 농민단체들도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농민단체는 "막대한 돈을 투입해도 쌀 값이 하락한다면 예산운용 효용성을 고려해 법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쌀 시장격리 비용을 차라리 타 작물 육성을 위한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미다.
쌀 수급안정 정책의 공과는 정부 몫이다. 법안이 정부 정책 방향과 엇박자를 내며 오히려 쌀 수급 정책을 망칠 가능성도 있다. 이미 법안의 효용 가치가 없다는 근거들이 나온 상태다.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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