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온기를 찾던 회사채 발행 시장에 긴장감이 다시 돌고 있다. 연초에 크레디트 스프레드 축소가 나타나는 '연초효과'가 막바지에 이른 데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여파로 당분간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채권 시장에 대한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1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회사채 순발행액(발행액-상환액)은 3조1561억원으로 집계됐다. 1월 4조6971억원, 2월 5조6100억원으로 올해 초 급격히 확대되던 발행 규모가 주춤해졌다.
특히 A급 회사채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경록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초 크레디트 시장의 강세 분위기가 저물어가고 있다"며 "우량등급의 신용스프레드 매력이 거의 소멸되고 최근에는 소폭 약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3월 공모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 7개 기업 중에서 현대차증권(AA-·안정적)과 삼척블루파워(A+·안정적)는 투자수요를 채우지 못했다. 현대차증권은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2·3년물 수요예측에서 850억원, 삼척블루파워는 2250억원 규모 3년물에서 80억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지난 1~2월 70여곳 기업이 수요예측을 진행해 미매각이 발생한 곳이 단 5곳이었던 것과 비교했을 때 투자심리가 위축됐음을 알 수 있다.
연초 대부분의 기업이 조 단위 매수 주문을 받았던 것과 달리 주문량도 크게 줄어들었다. 3월 조 단위 매수 주문이 나타난 곳은 LG CNS(AA-·안정적) 한 곳뿐이다. 26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총 1조1100억원의 주문이 몰렸다.
향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결과와 SVB 사태 등으로 당분간 불안정한 금리 흐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돼 투심 위축도 불가피해졌다. 연준의 긴축 장기화 전망에 채권금리가 급등했었으나, SVB 파산 여파로 회사채 금리는 다시금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회사채 무보증 3년물 AA-급 금리는 4.168%, BBB-급 금리는 10.595%로 나타났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미국 지역은행들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에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급격히 후퇴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 금융평가3실장은 "이번 SVB 사태는 가파른 금리상승의 부작용이 금융시장에 스트레스 정도를 높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에 따라 연준 입장에서 향후 정책금리 인상 폭과 속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전문가들은 SVB 사태를 비롯한 은행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채권 시장의 약세 재료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조용구 신용증권 연구원은 "국내 크레딧은 이전부터 우량등급은 일부 약세 분위기로 바뀌었고 비우량등급은 강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SVB 사태 등 대외적 불안 요인이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은 한 국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 단, 우려가 조금이라도 있는 상황에서는 당분간 보수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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