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이번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는 그야말로 캐릭터 열전이었다. 수많은 인기 캐릭터들이 총출동 했고 몇몇 상품은 판매 시작과 함께 품절돼 중고시장에서 웃돈까지 붙었다.
문구에 알록달록 귀여운 캐릭터 그림이 그려진 상품들이 얼핏 보기엔 초등학생 나이 쯤에나 좋아할 듯 하지만 정작 구매자 연령은 2030세대였다. 가장 활발히 연애를 하고 서로에게 애정을 표현할 2030세대가 연인의 날을 겨냥해 만든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다시 생각하면 또 희한한 일이다. 과자에 든 작은 오뚜기를 모아 진열하고 스티커를 수집해 차곡차곡 붙이고 이 모든 일들이 2030세대가 하는 일이라니! 20년 전 쯤이면 나잇값 못하는 짓이라며 손가락질 받았을 것이다. 이렇게 쓰는 기자도 최근 편의점에서 짱구 스티커씰을 모으고 있다.
캐릭터 컬래버 상품을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주변 친구와 동기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아 어느 덧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보내는 나이다 보니 조카 선물을 종종 사러 간다. 잘 모르니 추천을 받으면 또봇, 신비아파트, 시크릿 쥬쥬, 캐치티니핑, 포켓몬스터 등을 추천해준다. 어린시절 쥬쥬인형을 가지고 놀기는 했지만 내가 기억하던 것과는 영 다르고, 포켓몬스터도 열광했던 세대지만 피카츄를 빼곤 생소한 캐릭터들이다.
다시 캐릭터 컬래버 상품들을 보면 이들 브랜드는 실종된다. 편의점 계산대 아래 4,5살 난 아이들의 눈높이 쯤에는 쥬쥬 립스틱과 같은 것들이 있지만 가장 눈에 잘 띄는 선반에는 아이들은 처음 보지만 기자에겐 익숙한 상품이 가득하다.
2030세대들이 어린 시절 열광하던 캐릭터 상품을 '플렉스(Flex)'하고 여기에 유통가 전체가 매달리는 모습은 당연하면서도 어색하다. 이들 세대가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을 구입하는 데에 거리낌 없다거나 40대 만큼이나 큰 구매력을 보인다던가 하는 마케팅 타깃으로서의 특성을 지우고 보면, 캐릭터와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 어른'들의 모습이 남는다. 작고 소박한 캐릭터에 즐거웠던 어린시절을 떠올리고 남 눈치 안 보고 수집품을 자랑도 하는 모습은 어린이들과 다르지 않다. 취향에 당당해진 청년들의 모습은 당당하고 재미있는 모습이지만, 여느 때보다도 청년이 기댈 곳 없이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사실 어른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여기서 나오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럼 경기가 나아지면 캐릭터 컬래버 열풍도 끝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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