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 공통 수능 도입이 3년차에 이르면서 문과 학생들의 이과수학(미적분, 기하) 쏠림이 심화되고 있다. 통합수능 1년차였던 2022학년도 수능에서 이과수학을 선택한 문과생이 5.2%였는데, 2년차인 2023학년도엔 7.1%로 상승했다. 종로학원이 올해 수험생 105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문과학생 중 이과수학 선택을 희망하는 학생 비율이 15.9%로 나타났다.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거치면서 실제 수능에서 문과생의 이과수학 선택이 소폭 감소하는 걸 감안해도 내년 대학 신입생을 뽑는 올해 수능에서 10명 중 1명꼴로 이과수학을 선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과생들의 이과수학 침공은 입시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한 2022학년도 수능부터 문이과를 폐지하고 문이과 통합수능을 치르는데, 수학의 경우 총 30문항 중 22문항은 공통 문항이지만, 나머지 8문항은 확률과통계(문과수능), 미적분 기하(이과수능)를 선택하도록 했다.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를 해소하기 위해 응시집단의 성적 분포에 따라 표준점수를 보정하는데, 이과수능 선택자들의 표준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점수 산출방식 상 똑같은 원점수를 받고도 표준점수에서 앞서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문과 상위권 학생들의 이과수학 선택이 늘수록 문과수능을 택한 학생들의 표준점수는 더 낮아지면서 이과수학 선택은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중하위원 문과생의 이과수학 선택이 많아지면, 문과수능 전체 평균점수를 높이며 표준점수가 상승하는 요인이 발생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처럼 어느 학생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모든 학생들의 성적이 들쑥 날쑥해지면서 입시의 예측가능성이 낮아진다는데 있다. 예전엔 경쟁률을 보며 입시원서를 넣기 직전 눈치작전을 벌였지만, 이제는 어떤 과목을 공부해야할지도 눈치를 봐가며 선택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이과 통합수능을 통해 학생들의 적성과 진로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한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입시에서 수능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심화되면, 자연스레 학원가의 전략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눈길이 갈수밖에 없다. 학원 수요가 높아지면 학원비는 오르게 마련이다. 학원가에서는 이미 자녀 나이에 숫자 '0'을 붙이면 학원비라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자녀 나이가 14살이면 학원비로만 월 140만원이 나간다는 얘기다. 이는 기본요금 정도다. 특목고를 보내려는 학부모 지갑에선 남편 월급이 통째로 학원비로 빠져 나간다. 특히 학생들이 학원을 다니며 학력이 올라가는 건 좋지만, 학원 수업은 대부분 입시를 겨냥한 선행학습 위주다. 중학교 2학년이 수능 이과수학인 미적분을 배운다. 학생부 교과 성적으로 기록되는 내신을 대비해선 1~2주정도 대비하는 수준이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을 자며 공교육 무력화가 심화된다.
이런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한 대책이 나온바가 없다. 강건너 불구경이 따로 없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치르게 되는 2028학년도 대입을 경우 이른바 변수 3종 세트가 추가된다. 또 한차례 교육과정이 바뀔 예정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목이 바뀌고,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으로 평가 방식 자체가 새로 도입된다. 이에 따른 수능의 전면 개편안은 내년 2월 나올 예정이다. 공교육과 대입 제도의 틀 자체가 바뀌는 시기 사교육 유발을 막는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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