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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팬데믹이 부르고 엔데믹이 무른 와인

기자수첩 김서현

엔데믹(풍토화)에 술꾼들이 신났다. 날씨까지 좋다. 핫플레이스의 밤은 매일 흥청망청 즐겁다. 이 때를 기다렸다며 소주·맥주 제조사들은 마케팅을 재정비하고 시음회를 열고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모두가 신난 지금, 울상인 곳이 있다. 와인업계다. 고객의 마음은 갈대여라.

 

팬데믹 사태 동안 수많은 기업이 쓰러졌지만 와인업계는 몸을 일으킨 거인처럼 우뚝 섰다. 누구도 예상 못했지만, 홀로 집에서 마시는 술이 늘면서 와인이 주목 받았다. 이전에도 와인은 파티면 빠질 수 없는 '기분 내기 좋은 술'이었는데, 팬데믹 사태에 들어서는 수십 수백가지에 이르는 풍미와 와인이 주는 분위기에 와인을 찾는 마니아층이 생겨났다.

 

유통대기업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발빠르게 와인 사업에 뛰어들었다. 롯데마트의 와인 전문숍 보틀벙커는 문을 열기 무섭게 오픈런이 서더니 와인의 성지가 됐고, 위기에 빠진 대형마트에 구원투수가 됐다. 신세계도 SSG닷컴에 신세계 와인하우스를 열고 예약 판매를 시작해 일 매출 300만원 이상을 기록했다. 편의점 업계도 앞다퉈 와인을 발굴하고 들여왔다.

 

영원할 것 같았던 와인의 인기였지만, 엔데믹이 시작되자 바로 경고등이 켜졌다. 이달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 된 주요 와인 수입사들의 지난해 실적은 모두 전반적인 하락세를 기록했다. 신세계L&B는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3.1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5.28%, 순이익은 57.41% 줄었다. 금양인터내셔날도 매출은 5.2% 느는 데 그쳤는데 영업이익은 28.89%, 당기순이익은 28.12% 줄었다.

 

실적이 다함께 떨어진 이유는 '팬데믹' 탓이다. 팬데믹으로 떠오른 와인은 엔데믹에 홈술족이 줄자 바로 실적에 흔적이 남았다. 고물가 사태도 한몫하고 있다. 다소 가격대가 높으면서 뚜껑을 열면 최대한 빨리 소비해야 하다 보니 와인 대신 다른 술을 찾고 있다. 와인의 인기를 예상 못 했듯 위스키가 요즘은 인기다.

 

달은 보름달로 차고 그믐달로 진다. 영원한 보름달과 그믐달은 없다. 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맞닿은 유통가의 풍경은 와인처럼 언제나 희비가 엇갈린다. 지금은 와인 소비량이 크게 줄었지만, 또 알 수 없다. 곧 갑자기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와인이 다시 떠오를지도 모른다.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게 이처럼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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