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만 7322명. 2019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빚을 갚지 못해 법원(개인회생)과 신용회복위원회(채무조정)을 찾은 2030세대의 숫자다. 개인회생은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을 때. 채무조정은 대출금 상환이 연체됐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길이다.
광주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주세연 센터장은 16일 "이들 중에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찾은 청년도 있지만, 500만원 이하 대출로 신용유의자가 돼 찾은 청년도 있다"며 "누구에게는 투자였겠지만, 누구에게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 금액이었던 만큼, 청년부채를 동일하게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는 2030세대를 대상으로 재무교육와 맞춤형 상담을 제공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지난 2013년 서울에서 설립된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2017년 광주, 2019년 대구까지 확대됐다.
◆2030세대 취약계층↑…청년 내 빈부격차 더 벌어져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3개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2030세대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다중채무자 중 30대 이하 비중은 27%(대출액 157조4000억원)으로 지난 2021년 1분기 25.1%(대출액 142조5000억원)보다 늘었다.
현재 한국은행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중·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인 차주를 취약차주로 분류하고 있다. 30대 이하 다중채무자가 증가한다는 것은 곧 2030세대의 취약차주가 늘어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에 따르면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소액생계비 대출을 신청한 30대 이하 비중은 35.2%에 달했다. 소액생계비 대출은 대부업조차 이용이 어려워 불법사금융이 불가피한 고객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정책금융상품이다.
주세연 센터장은 "학업 이후 경제생활을 시작했지만, 불안정한 일자리가 반복되면서 생활비 목적으로 채무가 발생해 오는 경우가 늘었다"며 "특히 코로나 이후로 채무, 빚 문제가 생겨오는 청년이 많아졌다"고 했다.
문제는 이들의 경우 추가 자금이 부족할 경우 불법사금융의 굴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신용점수가 낮다 보니 정책금융상품을 제외한 1·2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불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SNS을 중심으로 내구제대출이 확대되고 있다. 이들의 평균 피해금액은 382만원으로 평균금리는 414%에 달한다. 내구제대출은 자신명의의 휴대전화를 개통한 뒤 대부업자에게 넘기면 휴대전화 가격 중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방식으로 대포폰으로 주로 쓰인다. 사용요금 외에도 범죄로 사용돼, 벌금을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는 지적이다.
주세연 센터장은 "불법사금융에 한번 빠지게 된 청년의 경우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려, 청년내 부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빈익빈 부익부가 빚이라는 형태로 대물림되지 않도록 교육과 상담을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교육·맞춤형상담으로 '금융 트레이닝'
광주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는 만19세부터 39세 광주청년을 대상으로 재무상담과 경제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앞서 광주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대광새마을금과 함께 꿈틀은행이라는 이름으로 소액의 비상금을 공급했다.
주세연 센터장은 "미취업 청년들이 핸드폰요금, 병원비, 밀린 월세 등등 당장 10만원이 없어 고금리부채나 사채 피해를 입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대광새마을금고가 기부한 금액으로 무담보·무신용·무보증으로 꿈틀은행을 운영했다"면서 "햇살론 유스라는 정책금융상품이 나오기 전까지 신청한 청년 중 채무조정제도가 필요한 청년들은 채무조정제도로 연결시킨 뒤, 나머지 청년에게 자금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현재 광주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는 광주광역시와 함께 광주청년드림은행을 통해 총 2회 상담을 진행한다. 1차상담에서는 재무적·비재무적 상황을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인터뷰를 진행하고 2차상담에서는 1차 상담내용을 바탕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세연 센터장은 "생애계획을 통해 재무목표를 수립하고, 수입·지출·자산부채와 같은 재무구조를 살펴본다"며 "채무가 있는 청년들의 채무상환계획은 물론, 연체하거나 상환이 어려운 청년들에게는 채무조정제도를 분석해 가장 적합한 제도를 제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부채 제도마련 시급
인턴으로 청년생활경제 상담사로 참여한 뒤 사무국장을 거친 주세연 센터장은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는 "센터에서 연간 400명정도의 청년을 만나며 재무상담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들이 상담이후 막막했는데 희망이 생겼다고 말해주거나, 채무조정제도에 들어갔던 청년들이 상환을 다끝났다고 연락을 줄 때 가장 보람 있다"고 말했다.
올해 주세연 센터장의 목표는 사회안전망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부채에 대한 제도마련이다.
주세연 센터장은 "처음 일을 시작할 당시, 청년부채가 사회적 부채임을 공론화했다면 지금은 청년부채의 원인이 무엇인지 더 세밀하게 분석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간의 활동을 평가·점검해 제도적 변화를 이끌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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