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행정부 소속 정무직을 비롯한 고위공무원단 가등급, 공직유관단체장, 광역·기초 지방자치단체장, 광역의회의원 등의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대통령과 대통령실 주요 직위자 12명의 평균 재산은 70억원이다. 재산공개 대상자 평균의 3.5배에 달한다.
이중 윤석열 재산의 거의 전부는 그의 아내 김건희 것이다. 재산 형성과정은 불명확하다. 어떻게 시간강사 일과 전시기획사를 운영하며 받은 200만원대의 월급으로 고액의 재산을 형성했는지 아무도 모른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등의 의혹이 있지만 아직 검찰 소환조사 한 번 없었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023년 국회의원 정기재산변동사항 신고 내역을 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국회의원 296명 가운데 1년 전보다 재산이 늘어난 의원은 258명이다. 무려 87.2%에 달한다.
이 가운데 10억원 이상 증가는 8명(2.7%)이었고, 5억원 이상~10억원 미만 18명(6.1%), 1억원 이상~5억원 미만 180명(60.8%)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평균 재산은 34억8462만원으로, 지난해 대비 3억원 넘게 불어났다. 부동산·예금·주식 등에서 골고루 증가했다.
다수가 이미 건물주이자 땅 부자, 주식부자인 정치인들의 부(富)는 빛의 속도로 축적되는 반면, 국민의 적지 않은 수는 50만원이 없어 16%에 달하는 연 이자를 내면서까지 대출을 받는다. 20년을 넘게 일했지만 손에 쥐는 월급은 200만원대 초반인 하청노동자들도 수두룩하다. 그들이 수령하는 월급 200만원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김앤장'에서 연봉 5억원을 받았던 당시 일당(日當)이다.
종로 금은방 골목엔 수십년간 간직해온 금붙이까지 내다 팔며 필사적으로 버티려는 이들이 줄을 설만큼 서민들의 현실은 팍팍하지만 정치인들은 다르다. 국민들을 쥐어 짠 세금으로 고급 호텔에서 우아한 음악을 들으며 민생 관련 회의를 하고, 툭하면 외유성 국외연수를 떠난다. 고급전용차량에다 공관도 집무실도 과할 만큼 사치스럽다.
당리당략에 치우친 채 국민을 외면해온 국회의원들만 해도 그렇다. 꼬박꼬박 1200만원의 월급을 받지만 시민의 삶 따윈 안중에도 없다.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사건'을 포함해 2019년 성북구 네 모녀 사건, 2020년 김포 일가족 자살 사건, 2022년 수원 세 모녀 사건 등 현재도 제2, 3의 송파 세 모녀 비극이 이어지고 있으나 그들에겐 남의 일이다. 오로지 공천을 목적으로 한 욕망의 시녀이자 국가 조직의 원리인 삼권분립조차 포기한 정부의 홍위병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물론 멀쩡한 청와대 내버려두고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기느라 상상초월의 혈세를 투입한 윤석열이나 자신이 머물 공관 보수에 1억5000여만원을 사용한 최재해 감사원장, 공관 사용은 안 하겠다더니 갑자기 말을 바꿔 새 단장에 약 6억원을 쓰기로 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모두 도긴개긴이다. 혈세 낭비요, 자기 돈이라면 과연 그럴까 싶은 사례들이다.
독일 작가 케테 콜비츠는 '자유와 정의가 살아 있는 사회', '더불어 사는 사회'를 강조했다. 그는 그림을 통해 현실적, 심리적으로 계급 없는 사회, 인간답게 살 권리를 외쳤다. 이는 병든 자들의 신음과 고통, 헐벗고 굶주린 자들에 대한 방치와 소외에 대한 비판이었고, 계급의식에 사로잡혀 부당이익을 추구하던 관료들을 향한 거침없는 발언이었다. 놀라운 건 매일 죽음의 그림자가 아른거리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동시대인들의 상황을 대입해도 무리 없다는 점이다.
만약 프랑스의 사실주의 작가 오노레 도미에가 살아 있다면 탐욕스러운 자들이 가장 높은 자리에 앉아 한 끼에 수십만원씩 하는 식사와 수천~수억원에 달하는 고급만찬을 즐기며 호의호식하는 모습을 비판했을 것이다. 스위스의 토마스 허쉬혼 같은 작가가 한국의 정치를 목격한다면 시민을 위하는 양 하지만, 단지 자신들을 위해 살아갈 뿐인 권력의 민낯과 위선을 날카롭게 묘사했을 것이다.
하루에 몇백만원씩 써도 평생 남아돌 재산을 갖고 있는 정치인들은 서민들의 삶을 알 수 없다. 경험이 부족하기에 죽음의 사슬을 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거나 공감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문제는 부패하고 타락한 정치권력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만 하는가이다. 왜 눈에 흐르는 누런 고름을 힘겹게 닦아내는 것도 부족해 없는 피까지 짜내어 바쳐야 하느냐이다. 혁명은 때로 가슴 속에서 먼저 일어난다.■ 홍경한(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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