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침저녁을 보면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적절해 보인다. 춘래불사춘이란 말이 처음으로 쓰인 것은 중국 4대 미인 중 하나로 알려진 원소군이 한 말로 알려져 있다. 원소군은 원래 한나라 원제 때 궁녀였다. 그녀는 흉노족장 선우와 정략적 결혼을 하게 되었고, 족장이 죽자 흉노의 관습대로 선우의 아들에게 재가까지 한 비운의 여인이었다. 그녀는 흉노의 땅에서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그리며 노래한 시구절에서 '춘래불사춘'이란 말을 읊었다 한다.
필자가 갑자기 춘래불사춘이란 말을 꺼내든 것은 봄의 훈기가 우리경제에 다가오기를 바라는 대다수 국민들의 바람과는 달리 우리경제가 코로나 위기를 벗어나 과연 정상적으로 경제가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코로나위기 극복과정에서 세계적인 경기위축과 반도체 부족현상과 원자재가격의 상승,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곡물류와 유가의 상승은 세계물가를 하늘 높은 줄 모르게 끌어올렸다. 이에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과 유동성환수 등으로 향후 세계경기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필자가 한국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사항을 몇 가지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우리의 국제수지 적자 발생이다. IMF 외환위기 이후 한국은 무역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작년 하반기부터 적자구도로 반전했고, 무엇보다 중국과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흑자구도에서 올해 처음으로 2월까지 50억달러 적자를 보이고 있다. 만일 반도체를 제외한다면 그동안 대(對)중국 무역수지는 흑자가 아닌 적자구도였으며, 그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본다. 미·중 무역갈등이 해소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다. 한국과 중국과의 제품시장 경쟁은 이제 날로 격화되어 가는 상황이다. 2022년말 우리나라 수출의 22.7%, 수입의 21.1%를 차지하는 중국 의존도를 더욱 낮추고, 인도, 동남방, 중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해외시장을 넓고 깊게 개척해 나가는 것이 수출주도경제인 한국경제가 살아갈 길이 아닌가 싶다. 해외시장의 다변화전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둘째는 우리나라 산업별 설비투자 감소와 제조업 내수시장 지속 감소라는 충격적인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2015년 대비 2021년 설비투자액은 전산업이 1.0을 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1.0을 넘은 제조업의 경우도 반도체를 제외하면 0.73으로 뚝 떨어진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반도체를 제외하고는 제조업이든 서비스업이든 설비투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의미한다. 또한 KOSIS에서 본 2011년 대비 2021년 국내생산비율은 최종재와 중간재 모두 1.00에서 1.01로 거의 제자리이지만 해외수입비율의 경우에는 1.60에서 1.70을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에 공급된 공급금액 중에서 해외수입 비중이 점점 커지는 반면 국내 내수시장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우리나라의 잠재 경제성장률 저하다. 2000년초 7%를 상회하던 경제성장률은 자본공급 증가세의 둔화로 하락해 4%까지 유지되었다. 그리고 2010년부터는 생산성 증가세의 둔화로 하락해 경제성장률은 2%대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2020년대부터는 인구감소와 급속한 고령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은 이보다 하락할 것으로 KDI 등은 보고 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2030년에서 2039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1.7%) 보다 더 낮은 1.4%를 예측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우리나라 무역적자 지속과 산업별 투자의 감소, 그리고 국내 내수시장에서의 중소기업 역할 감소는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또한 인구구조의 변화도 향후 우리경제의 투자율과 저축률의 하락은 물론 수요감소를 가져오는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리경제가 하락기조의 잠재성장률 늪에서 벗어나 한 단계 더 발전하려면 한국경제의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증대가 지금 절실히 요구된다.
코로나19가 이제는 통제범위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에서 느끼는 서민과 중산층의 삶은 코로나전보다 오히려 빈부격차확대로 인한 상대적 빈곤감과 박탈감에 빠져 있는 듯하다. 내일이 오늘보다 나은 날이 될 수 있도록 한국경제에 봄빛이 기울었으면 한다. /송치승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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