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과학고와 영재학교 입학 후 중도이탈학생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최근 8년간 전국 27개 과학고, 영재학교 전출 및 학업중단 학생은 515명에 달한다. 중도이탈 학생은 직전 4년(2015~2018년) 대비 최근 4년(2019~2022년) 과학고의 경우 44.5%, 영재학교는 무려 3배 증가했다.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중도이탈 추세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결과다.
교육계는 이런 현상이 의대 진학 규제가 강화된 영향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2018년 이후 과학고와 영재학교의 의대 진학 규제는 강화되는 추세다. 2018년 서울과학고와 경기과학고는 의대 진학시 장학금 회수와 추천서를 금지했고, 광주과고와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등은 추천서를 금지했다. 2022학년도 영재학교장협의회는 의대 제한 조치를 보다 세분화해 촘촘하게 규제했다. 의대 지원시 지원자 본인과 보호자는 응시원서에 명시된 제재 방안에 서약해야 접수가 가능하게 했고, 상담과 진학지도를 제공하지 않고 일반고 등으로 전출을 권고했다. 또, 정규 수업 이외 시간엔 기숙사와 독서실 등 학교 시설 이용 제한, 추가 교육비와 장학금을 환수조치했다.
이러한 규제를 피해 학생 상당수가 학교를 중도탈락하고 의대 진학에 나섰다는 얘기다. 결국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불이익을 감수하고도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올해 2월 영재학교 졸업생의 의약학 계열 진학 비율은 9.5%, 과학고는 2.1%로 나타났다.
최근 의대 정시 합격생 10명 중 8명은 재수 이상 N수생이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 서울대를 비롯해 최상위권 대학에 입학하고도 반수해 의대에 다시 도전하는 것이다. 학원가에서는 의대 진학에 패널티를 받는 특목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반대에 진학한 뒤 곧바로 의대를 도전하라는 편법을 컨설팅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중·고 상위권 이과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수학학원은 대부분 수준별로 운영되는데, 최상위 반은 '의·치·한 반'으로 불린다. 의학계열이 이공계 우수 인재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인 셈이다.
의대 내에서도 소위 인기 전공으로 쏠림이 심각하다. 흉부외과나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이 갈수록 감소하며 미달 사태가 벌어지는 반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 인기 전공에는 지원자가 몰린다.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이 역대 최저라고 한다. 응급의료시스템도 문제지만, 의사가 부족해 응급 환자가 병원을 전전하다 엠뷸런스에서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해결책은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대폭 늘리는 것이다. 전국 40개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20년가까이 정원이 동결된 상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의대 정원이 현재대로 유지되면 오는 2035년에는 의사 수가 필요 인력 대비 2만7232명 부족해진다. 지금도 1분 진료를 위해 한두시간 대기하는게 기본인데, 앞으론 대기시간이 더 길어질듯하다.
미래를 이끌 우수 인재들이 특정 분야로 몰려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특히, 정부 지원을 받는 특목고 학생들의 의대 진학은 도덕적으로도 용납하기 힘든 현상이다. 반도체와 이차전지 등 첨단분야 인재 양성을 외치기에 앞서, 의대 쏠림 현상부터 손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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