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신체활동과 달리 두뇌활동은 죽는 순간까지 그치지 않고 발전하는데, 청년기에는 지능과 감성이 뛰어나지만 중장년 이후에는 통찰력이 앞선다."고 한다. 청년의 지식과 노인의 지혜를 융합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불확실성이 커가는 미래를 더 슬기롭게 헤쳐 나간다는 이야기 아닐까? 청년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키우면서, 노인들의 혜안과 균형을 이루는 협력과 경쟁이 이뤄져야 더 큰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머지않아 AI와 대결할지도 모를 대전환기를 맞이하여 인류는 지성과 감성만으로 또는 통찰력만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고 서로 조화를 이뤄야한다. 이 세상 어김없는 이치는 경쟁과 협력이 조화를 이뤄야 더 밝은 빛을 낼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의 두 가지 의미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음악으로 표현하는 협주곡은 독주자와 오케스트라 사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협력하면서 화음을 낸다. "협주곡, 콘체르토(concerto)의 어원인 concertare가 라틴어로는 '경쟁하다, 서로 겨루다'는 뜻이지만 이탈리아어로는 '협력하면서 조화를 이루다"라는 뜻이다. 오케스트라는 악기의 숫자와 음량을 뽐낸다. 연주회는 다양한 음색을 가진 악기들의 화음으로 가득차고 청중은 그 입체적 음향에 압도된다. 이에 맞춰 독주자는 화려한 기교를 동원하여 자신의 솜씨를 펼친다." (민은기, '클래식 비망록에서' 간추림)
얼마 전 '크리스토프 콘즈(C. Koncz)와 루브르 음악가들' 실내악 연주회에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속 들으며 감동과 기쁨에 젖은 적이 있었다. 음악가라기보다 천재수학자처럼 보이는 독주자 콘즈는 알 듯 모를 듯 미소를 지으며 모든 협주자와 눈을 맞춰갔다. 잘 모르지만, 협주자들과 독주가가 일체감을 가지는 모양새로 경쟁과 협력이 조화를 이룬 화음이 청중을 사로잡고 있었다. 10대의 모차르트가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 3번, 4번, 5번을 연속 들으며 음색도 모르고 음감도 없지만 마음이 청정하게 씻겨가는 기분이었다. 콘즈는 평화스러운 모습을 짓다가 숙연한 표정으로 다시 천진난만한 얼굴로 '천재소년 모차르트'의 영혼을 되살리고 있었다.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 순수하고 아름다운 음악을 많이 들려주면 두뇌 발달에 결정적으로 좋다"면서 노인의 치매예방 효과도 있다고 뇌과학자들은 말한다. 또 어떤 원예가는 꽃이 자랄 때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면 더 예쁘게 피어난다."고 해서 그럴까 하고 이상하게 여긴 적도 있다. 나중에서야 음과 음이 이어지며 경쟁하고 협력하며 내는 화음을 식물까지도 알아차리고 그에 보답한다고 막연하게 추측하게 되었다.악보도 볼 줄 모르고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듣는 아름다운 선율이 맑게 퍼질 때에는 나자신도 시간이 뒷걸음친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다.
콘츠의 연주에 귀 기울이다가 악장 중간에 나도 모르게 박수를 쳐서 나 자신 민망했다. 정말이지, 음악방송(ORFEO)이었으니까 망정이지 만약 파리 연주회 현장이었다면 엄숙하면서도 정겨운 분위기를 망쳐버릴 뻔했다. 오래 전 중앙아트홀에서 저명 피아니스트의 '송어' 연주회에서 전직 총리가 앞쪽에 앉아 연신 팔을 들어 지휘자 흉내를 냈다. 그러다 악장 중간에 갑자기 박수를 쳐서 연주자도 웃었지만 아마 쓴웃음 같았다. 그 후로는 박수를 치고 싶어도 꾹 참다가 다른 관중들이 박수를 치면 그때서야 나도 따라 힘껏 쳤다. 독주자와 협주자의 경쟁과 협력처럼, 연주자와 청중, 국민과 지도자 어느 쪽도 혼자 내닫지 말아야 조화를 이루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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